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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애플 뭐야 아이폰5가 아니잖아

Posted October. 06, 201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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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익숙했지만 관객들은 바뀐 배우에 영 익숙해지지 못했다. 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 자리에 팀 쿡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섰다. 스티브 잡스 전임 CEO로부터 8월 말 지금의 직책을 넘겨받은 뒤 첫 공식무대였다. 하지만 쿡은 말이 느렸고 잡스처럼 무대를 휘어잡지도 못했다. 모든 주요 발표는 쿡 대신 해당 분야 임원들이 맡았다. 지루했다. 애플의 행사장을 가득 메우던 열광적인 환호와 쏟아지는 박수갈채도 없었다.

게다가 기대를 모았던 아이폰5도 나오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지난해 발표된 아이폰4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아이폰4S만이 새로 등장했다. 청중의 박수 소리에서는 힘이 빠졌고 애플의 주가는 이날 아이폰4S 발표에 이어 순식간에 5% 가까이 급락했다.

첫 반응은 실망

애플의 경영진들은 아이폰4S에 대해 번갈아가며 놀랍고, 혁신적이며, 완전히 새롭게 내부를 다시 만들어낸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거짓말도 진실처럼 들리게 했던 잡스가 아니었다. 게다가 쿡 CEO의 발표가 끝난 뒤에는 애플의 공식 홈페이지가 약 45분 동안 다운됐다. 완벽하고 꼼꼼한 행사 진행을 강조하던 잡스 CEO 시절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새 아이폰이 왜 아이폰5가 아니고 아이폰4S냐는 의문도 일부에서 나온다. 하지만 애플의 제품 출시 일정을 보면 아이폰5가 나오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애플은 2007년 첫 아이폰을 내놓은 뒤 2008년 3세대(3G) 통신망을 사용한 아이폰3G를 선보였고, 2009년에는 이를 조금 개선한 아이폰3GS를 발표했다. 지난해 디자인을 확 바꾼 아이폰4를 선보였고 올해는 이를 개선한 아이폰4S가 나온 것이다. 아이폰 소비자들이 대부분 2년 약정으로 아이폰을 구입하기 때문에 2년 주기로 디자인을 확 바꾸는 신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아이폰4S 발매 국가에서 한국이 빠져 있어 더욱 실망이 컸다. 아이폰4S는 14일 미국과 일본, 영국 등 7개국에서 먼저 판매가 시작되고 28일부터 22개국을 추가해 2차 판매를 시작한다. 한국은 12월로 예정된 3차 판매국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4S는 통신사와 2년 약정할 경우 16GB(기가바이트) 모델이 199달러, 32GB가 299달러, 64GB가 399달러로 지난해 아이폰4 판매 가격과 같다.

새 아이폰의 개선된 점

아이폰4S는 처리속도가 빨라졌고 안테나를 쥐는 법에 따라 통화감도가 떨어지던 문제도 해결했다. 특히 시리(Siri)라는 음성인식 개인비서 서비스가 돋보인다. 아이폰에 대고 얘기를 하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지시를 수행하는 기능이다. 오늘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할까?라고 물어보면 아이폰이 오늘 날씨는 비올 확률이 90%입니다라고 대답해 준다. 배달된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대신 읽어주기도 하고, 사용자가 말로 내일 오후 2시에 김 사장과 점심약속 추가해라고 얘기하면 일정표에 약속도 추가해 준다. 이 기능은 일단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만 지원한다. 한국어 서비스는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iOS5라는 새 운영체제도 도입된다. 아이폰4와 아이폰3GS 사용자들도 12일부터 내려받을 수 있다. 이를 사용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의 맥 컴퓨터 등을 오가며 문서를 이어가며 작성할 수 있다. 결국 애플 주가는 이날 0.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김상훈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