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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못쉬고 등록금 알바 4년뒤 받는건 빚나는 졸업장 (일)

하루도 못쉬고 등록금 알바 4년뒤 받는건 빚나는 졸업장 (일)

Posted June. 08, 201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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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러 왔는데 알바만 하고 있습니다.

대구의 한 사립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강지호(가명22) 씨는 오전오후반으로 살고 있다. 과거 1970년대 있었던 2부제 수업이 아니다. 평일 오전에는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오후에는 밀린 공부를 하는 생활. 주말에는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학생의 본업이 공부라지만 퇴근 후 파김치가 된 상황에서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한 달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도 감당할 수 없는 등록금 때문이다.

학생의 본업은 알바(?)

강 씨는 평일에는 매일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한다. 매일 오전 8시오후 5시 반 교내 컴퓨터나 소프트웨어를 고치는 일을 하고 받는 돈은 한 달에 80여만 원. 주말에는 오전 8시오후 7시 반 집 근처 주유소에서 일하고 월급으로 30여만 원을 받는다.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지만 생활비를 제외하면 아무리 아껴 써도 300만 원이 넘는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조차 힘들다. 당연히 학업은 뒷전이 됐다. 일하는 틈틈이 리포트를 쓰고 강의를 복습하는 게 공부의 전부다. 집에 돌아오면 몸이 너무 피곤해 곯아떨어지기 일쑤다.

강 씨는 취업을 하려면 남들처럼 학점과 스펙도 쌓아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전혀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며 공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인데 공부는 뒷전이고 등록금을 대기 위해 일하는 것이 주업이 됐다고 푸념했다.

강 씨 같은 상황은 현재 대학가 도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올해 사립대 연간 평균 등록금은 무려 754만 원에 이르면서 대학()이란 말이 무색하게 공부보다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학생이 적지 않은 것.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전국 대학생 7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38.2%(296명)에 달했다. 대학생 5명 중 2명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등록금에 투입하고 있는 것. 특히 사립대 재학생은 전체의 44%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형제간에 군 입대를 조절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전남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 씨(22)는 형의 군 제대 시점에 맞춰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김 씨는 대학생 2명인 집은 1년 학비로만 2000만 원을 써야 한다며 원래 취업을 고려해 1학년을 마치는 대로 군에 입대할 계획이었으나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형과 교대로 군에 갖다오기로 했다고 했다.

등록금의 저주

등록금의 저주는 학창 시절로 끝나지 않는다. 대출로 등록금을 충당한 학생들은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빚 갚기에 바쁘다.

2004년 부산의 한 사립대 사회체육학과를 졸업한 김모 씨(33)는 올해에야 등록금 족쇄에서 벗어났다. 2004년 호텔 헬스장에 트레이너로 취업한 김 씨가 받은 월급은 180만 원. 하지만 이 중 10만 원은 학자금 상환으로 고스란히 은행으로 자동이체됐다. 빠듯한 형편에 원금을 갚기 힘들다 보니 전체 학자금 800만 원을 갚는 데 7년 정도가 걸렸다. 김 씨는 결혼해 아이가 생긴 뒤에도 여전히 매달 등록금을 갚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내 아이도 커서 같은 고생을 할까 봐 솔직히 두려웠다고 했다.

소위 괜찮다는 직장에 들어가도 학자금 상환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009년 서울의 사립 K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6월 시중은행 정규직으로 취업한 윤모 씨(29)는 1400만 원의 학자금을 갚기 위해 매달 30만 원씩 은행에 내고 있다. 앞으로 꼬박 3년은 더 내야 한다. 윤 씨는 연봉이 3500만 원으로 적은 편은 아니지만 학자금 외에도 월세와 생활비 등 고정으로 들어가는 돈이 적지 않다며 결혼자금을 모으거나 적금을 드는 건 아직 꿈도 못 꾸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을 못하면 부담의 압박은 두 배가 된다. 지난해 서울의 한 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최모 씨(25여)는 아직 취업도 못했는데 학자금 상환 기한이 1년 밖에 남지 않아 마음이 더 급하다며 취직도 안 되고, 돈은 갚아야 하고, 에라 결혼이나 하자고 생각해도 그 또한 돈 없이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현 장영훈 jhk85@donga.com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