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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미혼모 주홍글씨 벼랑끝에 선 미성년자

평생 미혼모 주홍글씨 벼랑끝에 선 미성년자

Posted February. 09, 20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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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 A산부인과 원장은 최근 의사 선생님, 제발 도와주세요라며 울먹이는 14세 여학생을 고민 끝에 돌려보냈다. 이 여학생은 술에 취한 채 동네 남학생과 성관계를 가졌는데 덜컥 임신이 되었다. 임신 6주차에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산부인과 7곳을 돌아다녔지만 모두 낙태를 거부했다. 이 여학생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엄마와 살아가는 데다 엄마가 암에 걸려 내가 간호를 해야 한다며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아니라고 매달렸다.

A산부인과 원장은 제대로 성교육을 받지 못 하고 한 번의 실수로 임신한 미성년자에게 성장할 기회조차 뺏는 것이 맞는 건가 싶었다며 남학생은 버젓이 학교를 다니는데 여학생만 미혼모라는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태아의 생명권이냐 미성년자의 성장권이냐.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최근 낙태 시술이 의심되는 병원을 고발하면서 낙태를 하기 위해 산부인과를 전전하는 미성년자가 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 가능한 병원을 묻는 문의 전화가 하루 23통 씩 걸려 오고 있다며 전에는 이런 전화가 온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낙태 비용도 비싸져 미성년자들은 쉽게 낙태를 하기도 어려워졌다. 한 산부인과 인터넷 카페에는 병원들이 낙태를 꺼려하면서 모험 수당이 붙어 낙태 비용이 2배 비싸졌다는 고민 글이 올라왔다.

현행 모자보건법상 미성년자 낙태는 불법이다. 하지만 미성년자의 성관계가 광범위하게 번져있지만 피임 교육 등이 부실하다 보니 임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운영 중인 홈페이지 피임생리 이야기(www.wisewoman.co.kr/piim365)에 올라온 상담 내용 2529건을 분석해 보면 피임 상식 부족으로 임신 여부를 묻는 질문이 38%로 가장 많다. 특히 10대 질문자의 51%는 예정일이 지나도 생리를 하지 않는다 임신 증상이 무엇이냐 등 임신 가능성을 물었다.

이처럼 10대 미성년자에 국한해 태아의 생명권과 엄마의 선택권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낙태 논쟁은 더욱 첨예해진다. 태아와 미성년자 모두 성인의 보호가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안나 프로라이프의사회 대변인은 미성년자 낙태는 전체의 3.6%에 불과하다며 의학적 근거가 없는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는 기본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혜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자립이 어려운 미성년자는 아이가 태어나면 대부분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한다며 임신을 하면 학습권조차 빼앗기는 상황에서 낙태를 전면 금지하면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의 낙태를 막으려면 실효성 있는 피임 교육과 청소년 한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아동양육비 월 10만 원, 검정고시 등 학습비 연 154만 원을 지원하는 청소년 한부모 가족 자립지원대책을 마련 추진 중이다.



우경임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