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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핵심기술, 하이닉스로 샜다

Posted February. 04, 20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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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기술이 6년 동안 협력업체를 거쳐 국내 경쟁사인 하이닉스반도체에 무더기로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이 최근 세계 최초로 개발한 30나노급 D램 공정의 순서와 장비 등도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에서 빼낸 반도체 제작 기술과 영업비밀이 해외 경쟁업체로 흘러들어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중희)는 3일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과 영업비밀을 빼내 하이닉스에 넘긴 혐의로 반도체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AMK)의 부사장 곽모 씨(47)와 AMK 한국지사 직원 9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삼성전자의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건네받은 하이닉스반도체 전무 한모 씨(51)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삼성전자 과장 남모 씨(37) 등 두 회사 직원 8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기술을 유출한 뒤 AMK 본사로 옮긴 나모 씨(44)는 미국에 머물며 출석 요구에 불응해 지명 수배했다.

협력업체가 회사 영업비밀 유출

AMK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반도체 제조장비업체로 삼성과 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외국 유수의 반도체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곽 씨 등 AMK 직원들은 2005년 3월부터 최근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제작공정 등을 담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95건을 빼내 이 가운데 13건을 하이닉스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빼돌린 기술 중에는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 지정한 국가핵심기술 40건도 포함됐다. 이들은 AMK를 비롯한 하이닉스의 협력업체들이 업무 편의를 위해 구성한 회의체인 하이닉스 회의에서 주기적으로 하이닉스 제조본부장인 한 씨 등을 만나 빼낸 기술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AMK 직원들은 반도체 장비를 설치하고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장에 수시로 드나들었다. 이때 영업비밀이 적힌 서류를 발견하면 몰래 들고 나오거나 친분이 있는 직원에게 따로 정보를 캐내기도 했다. 삼성전자 과장 남 씨는 2008년 4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호텔에서 AMK 한국지사 직원 신모 씨를 만나 사내에서 극비로 분류된 D램과 낸드플래시 및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계획 등이 담긴 파일을 넘겨주기도 했다.

AMK 한국지사 대표이사로 근무하며 기술 유출을 주도한 곽 씨는 지난해 1월 실적을 인정받아 미국 본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은 개인적인 대가나 금전거래가 오간 정황은 없었다며 협력업체가 거래업체에 잘 보여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기술을 빼내 전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반도체제조업체들이 경쟁사에는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지만 협력업체는 수년간 교류하며 쌓은 친분을 빌미로 제조업체 비밀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산 반도체 기술 빨간불

이번 사건으로 세계 최정상권의 국내 반도체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검찰은 삼성전자에서 새나간 반도체 제작기술과 영업비밀이 해외 경쟁업체로 들어간 정황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에 본사를 둔 A사가 세계 여러 업체와 납품 거래를 하고 있는 사실로 미뤄 해외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번 기술유출로 삼성전자가 본 직접적 피해는 수천억 원이지만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가 줄면서 발생한 간접적 피해 규모는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삼성전자는 하이닉스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우리의 반도체 기술은 삼성전자만의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기술이기 때문에 해외로 유출됐다면 국가경제에 큰 악영향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반도체는 3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하이닉스반도체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삼성전자의 기술을 전혀 활용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구리공정은 사용물질, 특성, 장비구성 등에서 하이닉스와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달라 하이닉스의 구리공정 개발과 양산과정에서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하이닉스는 AMK가 수집한 정보 가운데 하이닉스 관련 정보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신민기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