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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인빙자간음죄 시대로부터의 퇴출

[사설] 혼인빙자간음죄 시대로부터의 퇴출

Posted November. 27, 20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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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된 지 반세기가 넘은 혼인빙자간음(혼빙간음)죄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을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것은 시대 변화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한 혼빙간음죄 위헌 결정은 2002년 7 대 2 합헌을 7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혼빙간음죄는 그동안 간통죄,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함께 현실에 맞지 않는 대표적 성 관련 법률로 지목됐다.

헌재는 혼빙간음 법률 조항은 남녀평등에 반할 뿐 아니라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고 있다며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하는 법률로 판단했다. 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했고 성행위가 개인 사생활의 영역이란 점, 여성만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해 남녀 차별적인 점, 가부장 문화와 이념의 퇴조, 여성 지위의 향상 같은 요인들이 위헌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여성부에서도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한 것은 여성 비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폐지 의견을 냈다.

지난해 혼빙간음죄 고소 사건은 모두 559건이었지만 대부분 합의로 끝나 기소된 사람은 25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8명뿐이었다. 혼빙간음죄의 폐지로 민사소송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민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형법의 혼빙간음죄는 1953년 제정 당시 서독 형법의 사기 간음죄에서 유래했지만 정작 서독은 1969년 사기 간음죄를 폐지했다. 현재 혼빙간음 행위를 처벌하는 나라는 미국의 일부 주()와 터키 쿠바 루마니아 정도이고 대부분 선진국은 성인 남녀의 침대 비즈니스에 개입하지 않는다.

혼빙간음죄 위헌 결정은 간통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간통죄에 대해 199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네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 마지막 합헌 결정은 재판관 5명이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의견을 내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6명)에 단 1명이 부족했다. 간통죄의 경우 남녀 모두 처벌 대상이고 혼인과 가족생활의 해체를 예방하는 공익성이 있다는 점에서 혼빙간음죄와 다르긴 하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에 비추어 위헌 결정은 시간문제라는 견해가 만만찮다.

성매매를 막고 여성 종사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2004년 제정된 성매매 방지법도 성매매를 근절시키기는커녕 부작용만 키워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매매 방지법에 대해서도 현실에 맞게 법 개정을 진지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