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이명박 정권 다시 태어나라

Posted June. 06, 2008 04:27,   

日本語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도심은 연일 촛불 인파로 넘쳐난다.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하던 목소리가 반정부 구호로 바뀌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16.9%로까지 떨어졌다. 촛불집회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64%나 됐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그제 재•보궐 지방 선거에서 참패했다. 쇠고기 문제를 넘어 이 정권을 향한 국민의 총체적인 분노가 느껴진다.

그런데도 청와대의 현실 인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조각 수준의 인적 쇄신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대폭적인 인적쇄신 방침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는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다. 하기 싫은 일을 앞에 두고 미적거리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 며칠간 폭우 때문에 촛불 인파가 줄어든 것을 보고 혹시 시위가 주춤해진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인식 수준으로 어떻게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이다.

이 대통령은 국정의 위기를 넘어 정권의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는 지금의 시국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의 리더십 자체를 불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않고서 국정을 제데로 끌고 갈 수 없다.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 획기적인 국정쇄신책과 민심수습책을 통해 달라진 리더십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위기는 쇠고기 문제에서 촉발됐지만 근원을 따지면 인사 문제로 귀결된다. 국민의 눈에 내각과 청와대의 고위직은 잘 먹고 잘 사는 사람, 운 좋은 사람, 부도덕한 사람, 무능력한 사람들로 채워진 것처럼 비치고 있다. 이들의 면면을 보라. 도덕적으로 존경 받을만한가. 국정을 믿고 맡길만한가. 국민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런 인식이 결국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름지기 공직자는 보신()보다는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도 자신의 몸을 던져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참모들이 한 사람이라도 있는가.

통치행위는 통치자가 국민을 설득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는 이를 조정, 해소하는 것이 내각과 청와대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역할이다. 쇠고기 문제에서 비롯된 지금의 사태는 그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다. 대통령은 훈련을 했다고 했지만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을 바꿀 수 없다면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교정해야 한다. 내각은 총리부터 교체해야 하고 구체적인 문제가 있는 장관들도 모두 바꾸어야 한다. 청와대는 수석 이상은 모두 교체해야 한다.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만한 비용은 치러야 할 단계라고 본다.

문제는 어떤 인물들로 그 자리를 채울 것인가이다. 지금의 상황이 이명박 정부, 이명박 노선에 대한 국민의 총체적인 거부라면 대타협의 정신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인물들을 찾아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능력이 출중하면서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주요 포스트에 앉혀 국민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믿음을 줄 필요도 있다. 내 사람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총선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표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이방호, 박형준 씨가 각각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에 기용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도는 것은 이 정권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그런 사람을 추천한 인사들부터 내쳐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무책임 무능 무기력을 그렇게 보고도 아직 모르는가. 또다시 인사에서 실패한다면 이 정권은 구제받을 길이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도 안이함과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 한나라당은 아직 웰빙, 웰라이프 체질에서 못 벗어났다. 무책()에다 게으르고, 치열함이 부족하고, 큰 안목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강재섭 대표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 대해 겸허히 반성하고 심기 일전하겠다고 했지만 그런 상투적인 말로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지금부터 완전히 새로 태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