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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니, 하늘에 가 별로 떴지

Posted May. 03, 200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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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중풍과 싸운 뒤 김원일(66사진) 씨의 창작열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해 장편 전갈을 낸 데 이어 올해 일곱 번째 소설집 오마니별을 출간했다.

오랜 시간 분단의 비극을 탐색해 온 작가의 문제의식은 새 작품집에서 오롯하다. 작가 자신이 남북 분단 육십 년 세월이 흘렀어도 통일이 요원한데, 남북조 시대를 살고 있는 이 민족의 고통과 그늘이 여기 실린 소설의 주조를 이루었다고 밝힌 바다. 김 씨의 원숙한 소설을 읽어 가면, 여전한 분단의 상황에 대한 무게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가령 표제작 오마니별이 그렇다.

625전쟁 중 누이가 폭격을 맞고 죽었다고 믿는 조 씨. 그런 그에게 헤어진 누이로 여겨지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조 씨가 대여섯 살 때 헤어졌고 얼굴을 못 본 지 50여 년이라 만나도 서로를 알아볼 수 없다. 어렵사리 만남의 자리가 마련된다.

소설이 감동을 주는 부분은 역시 전쟁에 대한 묘사다. 고향 평안도를 떠난 어린 조 씨는 폭격 중에 누이를 놓친다. 정수리를 다친 소년은 피를 철철 흘리면서 누이를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피란길에 추운 날씨가 고되기도 하지만 소년에겐 상처가 덧나지 않게 하는 덕이 된다. 문전걸식하며 시골집을 떠돌고, 손발이 동상에 걸려 퉁퉁 부은 몸으로 여염집 처마 밑에서 새우잠을 잔다. 아무나 붙잡고 헛소리로 오마니와 누이를 불러댄다. 선한 조 서방 내외가 거두어 조평안이라는 이름을 얻고 살아가게 됐다.

조평안이 헤어진 동생 이중길이라는 것을, 누이 이수옥이 확인하는 것은 오마니별 때문이다. 전쟁 중 어머니가 숨을 거둔 날 밤, 남매는 하늘을 보면서 오마니가 하늘에 가서 별루 떴어. 오마니별 보여?라고 되뇌었다. 남매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몸의 흔적이 아니라 오마니별이라는 정감 있는 말에 대한 기억의 공유라는 것.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는 작가의 이 장치는 감동의 진폭이 크다.

단편 용초도 동백꽃의 김노인의 곡절 많은 인생도 사무친다. 전쟁 중 거제도 포로수용소와 용초도 포로수용소에서 군인으로 복무한 김 노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기억이 어느 것보다 크다. 기다릴 테니 오 년 후 삼월 첫 주에 여게서 만나자꼬. 그때 못 만나면 또 오 년 기다려 다시 용초도로 오겠다고. 감정에 흐르지 않는 담담한 문체를 통해 전달되는,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사랑의 상처는 쓸쓸하다.

그러나 작가가 역설하는 것은 역사의 비극 속에서도 훼손되지 않는 사랑의 가치다. 50여 년 뒤에도 되살아나는 혈육의 사랑(오마니별)도 그렇거니와, 용초도 동백꽃에서 오 년 뒤, 또 오 년 뒤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고 다짐하는 김 노인의 사랑에 대한 신념도 그렇다. 전쟁을 함께 겪으면서 단단해진 우정을 그린 임진강도 인간애를 다룬다는 점에서 사랑의 이야기다.

작가는 소설이 무엇인가를 붙잡고 사십여 년을 심사숙고해 왔다고 고백하는데, 여섯 편의 소설을 통해 그는 그 답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그것은 사랑이다.



김지영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