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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의 퓨전-실용시대, 영화보며 법공부, 음악치료 이렇게

대학강의 퓨전-실용시대, 영화보며 법공부, 음악치료 이렇게

Posted March. 24, 20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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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에는 신()개념 강의들이 꽃피고 있다. 역사로 보는 환경 현대만화읽기(이상 고려대) 역사와 역사소설 역사 속의 과학(서울대) 유럽여행 디자인 해리포터마술학교(연세대) 음악치료학개론 영화 속의 조형미를 찾아서 심리학과 서양고전음악(이화여대) 와인과 칵테일 화장품과 피부(숙명여대) 등 기존의 원론, 통론 등의 정식 코스가 아닌 퓨전식의 교양 수업들이 넘쳐 나고 있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강의가 변하는 것도 새로운 추세다.

왜 이런 강의들이 나타나는가?

대학마다 개설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고려대 교무처장 박노형 교수는 학생들이 옛날처럼 단면적 생각을 하는 게 아니고 무한적 사고를 하고 있는데 학교 교육이 따라가지 못해 이들의 잠재력을 키우지 못한다는 고민을 했다며 새 강좌들은 다양한 생각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방향으로 개설하고 있다. 학교 교육의 수요자인 사회와 학생이 원하는 수요의 과목을 개설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학문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학제 간 통합이 강조되는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셈.

또 다른 측면도 있다. 흥미로운 접근법을 통해 기초학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이화여대 조윤경 주제통합형 교수는 기초학문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경영+자연과학 역사+환경 등의 통합형 강의는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고사 상태에 빠진 기초학문을 살리는 구원투수 노릇을 하는 셈이다.

강의 유형

1 퓨전형

다른 장르와 섞는 강의 스타일이다. 이런 시도는 주로 물리학, 철학, 법학 등 일반적으로 어렵거나 딱딱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기초학문들에서 주로 시도된다. 역사로 보는 환경을 강의하는 김정규 고려대 생태환경공학부 교수는 딱딱한 환경 얘기를 역사를 통해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2 실용형

그동안 대학 교육의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사회가 요구하는 수요를 고려치 않은 수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대학들은 이를 감안해 사회 각 분야의 인사들을 대거 겸임교수로 영입해 현장성을 강화한 교육을 내세웠다. 이화여대의 VJ 실습이 대표적. MBC의 스타 PD였던 주철환 씨를 교수로 초빙해 개설한 이 과목은 학생들이 직접 방송국을 방문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실습 위주의 교육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생활이나 취업에 유용한 정보를 위한 강의들도 있다. 프레젠테이션 생활문화와 국제매너(고려대), 경제뉴스의 이해(이화여대) 화장품과 피부(숙명여대)가 그런 사례다.

3 마니아 충족형

해당 분야의 전반적인 이해를 도왔던 예전 교양 수업과 달리 특정 분야에 흥미가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과목들이다. 뉴욕산책(이화여대), 신화와 제의를 통해 본 한국문화(고려대), 프랑스 일간지 읽기(이화여대), 대중음악과 함께하는 대학생활(연세대), 와인과 칵테일(숙명여대) 등의 과목들은 다양해진 신세대 대학생들의 관심사를 반영한다.

학생들의 반응

대학생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태유영(숙명여대 건축환경조경학부 3년) 씨는 새로운 강의들은 총론이나 원론 수준의 강의에서 만족할 수 없었던 구체적인 부분을 채울 수 있고 사회 흐름과도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치료학을 듣는 임주현(이화여대 피아노과 4년) 씨도 음악치료 분야에 관심이 있었는데 학교 강의에 이런 과목이 생겨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자 학교 측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1학년생에 한해 강의를 진행해 온 이화여대와 연세대는 빠르면 내년부터 상급 학년까지 대상에 포함한다는 방침이고 이미 전 학년에 개방된 고려대는 아예 학생들에게 신청을 받아 과목을 개설하는 이른바 맞춤형 강의를 이번 2학기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유성운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