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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북 위폐 밑바닥 인식부터 엇박자

Posted January. 28, 2006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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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위조달러 제조 의혹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이 해법뿐 아니라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인식에서도 상당한 시각차를 가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선 북한이 위조달러를 제조했는지 여부에 대해 양국의 생각은 크게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위폐와 관련한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면밀하게 따지는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정부가 위폐를 제조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 측에 우리 돈을 위조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다며 북한의 위폐 제조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이 북한 정부 주도의 불법 금융활동이라고 한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해법에 있어서도 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 정권을 압박하고자 하는 어떤 의도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압박 반대를 분명히 했다. 심지어 노 대통령은 북한을 압박하면 한미 간 마찰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북한 핵과 마찬가지로 위폐 문제도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정치적 타협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북한이 6자회담에 응하지 않는 이유로 내세운 금융제재에 대해서도 불법행위들로 번 돈의 이전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압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북한이 위폐를 제조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정부 관계자 중에는 사석에서는 북한 정부가 위폐 제조에 개입해 왔다는 점을 시인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국자들은 공개 브리핑에서 위폐 관련 질문만 나오면 위폐 문제는 심각하게 우려할 사안이라고만 말하면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고만 한다.

이처럼 한미 양국의 공식 견해가 다른 이유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위폐 문제를 국가안보와 세계 경제질서 유지 차원에서 바라보는데 반해 한국은 6자회담과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는 점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 당연히 한국은 북한을 자극할까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이 범죄행위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한국은 중국의 중재를 통한 정치적 타결을 원하는 등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종구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