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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죄 억지 적용 조작 아니었다

Posted January. 27, 200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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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위원장 오충일 목사)는 26일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은 1967년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기획한 것도,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된 사건도 아니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중정은 북한을 방문하거나 북한 측에서 돈을 받아 국가보안법상 잠입 탈출죄 등을 지은 사건 관련자들에게 무리하게 간첩죄를 적용했다고 과거사위는 밝혔다. 간첩죄는 적국을 위해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 누설 전달하거나 간첩을 방조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사건 기획 없었다=과거사위에 따르면 이 사건은 1967년 5월 독일 유학 중이던 임모 교수가 북한 측과 접촉했던 사실을 박 대통령의 처조카인 홍모 씨에게 털어놓은 뒤 중정에 자수를 하면서 시작됐다. 임 교수는 자수를 하기 전 홍 씨와 함께 박 대통령을 만나 유럽 유학생들의 대북 접촉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으며 박 대통령은 중정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과거사위는 박정희 정권이 당시 68총선 부정선거 시비를 없애기 위해 사건을 기획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중정은 총선 이전에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건 조작 안했다=과거사위의 조사를 통해 당시 사건 관련자 중 50명은 동베를린을, 12명은 북한을 방문해 국보법을 위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북측에서 돈을 받은 관련자 26명과 북측의 요구에 따른 12명 등도 당시 국보법 등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중정은 이들 가운데 23명에게 간첩죄와 간첩미수죄를 적용했고 검찰도 같은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대법원 최종심까지 재판이 진행되면서 간첩 혐의가 인정된 사람은 1명도 없었다.

또 중정은 당시 서울대 황모 교수가 동베를린에서 북측에 포섭돼 귀국한 뒤 민족주의비교연구회(민비연)를 조직해 정부 전복을 시도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김형욱() 중정부장은 회고록에서 동백림 사건에 민비연을 포함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고문 가능성 높다=고문 여부를 둘러싸고 사건 관련자들과 수사관들의 주장이 엇갈렸다. 고() 천상병() 시인 등은 구타를 포함해 전기고문 물고문 등이 자행됐다고 주장했으나 수사관들은 피의자들이 순순히 실토해 가혹행위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고문을 당했다는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을 감안할 때 중정이 최소한 사건 관련자 14명에 대해선 고문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해외 거주자들 불법 연행했다=과거사위에 따르면 중정은 당시 독일과 프랑스 미국에서 사건 관련자 30명을 불법 연행해 귀국시켰다. 과거사위는 중정 요원들이 현지에서 거짓 식사 초대나 국내 초청을 하는 방식으로 사건 관련자들을 대사관으로 유인한 뒤 일부 관련자에 대해선 폭력 등 강압적 방법으로 귀국시켰다고 밝혔다. 윤이상 씨는 간첩 아니다=과거사위는 작곡가 고 윤이상() 씨가 북측에서 9차례에 걸쳐 약 5000달러를 받아썼고 방북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 씨가 노동당 입당을 거부했고, 북측의 지하당 조직 교육에도 반발했으며 일정 시점부터는 북측과 형식적인 관계만을 유지한 점을 감안할 때 윤 씨를 간첩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과거사위의 판단이다.

과거사위는 소극적인 대북 행적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해 윤이상은 간첩이라는 오명을 덮어씌운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명건 민동용 gun43@donga.com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