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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지옥의 식이요법' 시작

Posted March. 09, 200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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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시키지 말아유.

한국마라톤의 간판 이봉주(34삼성전자사진)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롭다. 14일 열리는 2004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5회 동아마라톤을 앞두고 지옥의 식이요법을 시작했기 때문. 평소 느긋하던 그였지만 요즘은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을 부린다.

지난 8일 점심부터 시작된 봉달이의 식이요법은 풀코스 완주만큼 힘들다. 한 끼 당 쇠고기 500600g과 물만으로 7끼를 소화해야 한다. 꽃등심과 갈비 등 가장 부드러운 고기만 찾아 먹는데도 하루가 지나면서부터는 고무 씹는 것 같아 목을 넘기기 힘들다. 게다가 오전 오후 70분씩 두 차례 지속주(가볍게 1617km 달리기)를 하는 바람에 체내에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이 남아있지 않아 힘이 없는 상태다. 그러니 옆에서 한마디만 해도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사정이 이러니 오인환 삼성전자 감독도 아무 말 못하고 지켜보고만 있다. 7년 만에 국내대회에 출전한 터라 각 언론매체에서 취재를 요청하고 있지만 이봉주는 모두 거부한 채 식이요법에만 매달려 있다.

오인환 감독은 봉주가 지금 생리적으로 극한상황에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큰 고통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식이요법의 성공 여부에 따라 기록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10일 저녁부터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된다. 중국 쿤밍과 경남 고성에서 몸만들기를 끝낸 그는 수원 팀 훈련장에서 식이요법과 마무리 컨디션 조절을 병행하며 자신의 한국최고기록(2시간7분20초) 경신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마라톤의 차세대 주자 지영준(23코오롱)도 8일 아침부터 식이요법에 들어갔다. 지영준은 끼니 마다 이봉주보다는 적은 300400g의 쇠고기와 물을 먹는다. 대신 이봉주보다 한 끼 많은 8끼를 이렇게 먹을 계획. 지영준도 경북 영천과 중국 쿤밍 등지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한 뒤 서울에서 마무리 훈련 중이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