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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정신장애 '위험수위'

Posted February. 15, 200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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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사회 부적응 아동 늘었다=본보는 정신장애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19962003년 정신과 외래 환자의 질환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환자 수는 5342명에서 2만9764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367명에서 5254명으로 14배나 늘어 소아 정신장애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정신장애는 우울증이었다. 96년 전체 환자의 29%에 불과했던 우울증 환자는 2003년 44%로 늘었다. 96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정신분열병은 2001년부터 증가세가 둔화돼 2위로 떨어졌다.

우울증의 심각성은 이미 여러 번 경고됐다. 지난해 10월 대한우울조울병학회가 서울에 거주하는 2060세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5%가 경증 이상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아이들의 경우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회적기능수행장애가 급증했다. 이 병은 가족이나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장애다. 가정마다 한두 명의 자녀만 낳아 애지중지 키우는 바람에 생긴 부작용이기도 하다. 96년 고작 11명이던 환자가 2003년에 1120명으로 늘었다. 100배 이상 늘어난 것. 게다가 이 병은 96년 5대 소아 정신과 질환에 포함되지도 않았지만 2003년에는 2위로 뛰어 올랐다.

정신장애 경계선이 모호해졌다=내 귀에 도청장치가 돼 있다고 하면 틀림없는 정신장애자다. 정신분열증일 수도 있고 불안장애나 인격장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 나를 두고 자꾸 수군거린다고 주장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이 경우도 정신장애일까.

사회가 복잡해지고 각종 문제가 발생하면서 정신장애의 경계선이 흐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유인균 교수는 최근 충동조절장애와 인격장애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과거에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신종 정신장애가 개인은 물론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쇼핑중독, 도박중독, 게임중독, 섹스중독 등 각종 중독은 사람들이 병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이며 심각한 정신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유 교수는 중독자의 뇌를 찍어보면 이마엽(전두엽)의 감정조절중추가 많이 손상된 것이 확인된다며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민성길 교수는 정신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을 검토할 때 유전적 요인은 물론 환자의 체질, 어렸을 때의 행동특징, 성격, 대인관계,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또 정신장애 환자를 두고 정신병자라며 사회적 낙인부터 찍는 편견을 버려야 조기발견이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심지어 가족마저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쉬쉬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보통 정신장애자는 질환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대부분 전조증세를 보인다. 따라서 환자의 행동 변화를 알아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족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목이다.

만약 어렸을 때 성격이 예민했거나 자주 싸웠고 난폭했거나 공포심이 심했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심했다면 정신장애의 가능성이 커진다.



김상훈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