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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 요정 "8월을 기다려요"

Posted February. 10, 200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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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하고 싶은 거요? 친구들하고 노는 거죠. 가장 하기 싫은 거요? 음. 이말 하면 엄마한테 무지하게 혼날 텐데. 솔직히 스케이트 타는 게 제일 싫어요. 너무 힘드니까요. 으이구 지겨워라!

김연아(14군포 도장중). 1m54, 37kg의 가냘픈 중학교 1학년 소녀. 또래 아이들은 가수 이효리에 열광하고 TV 시트콤에 나오는 얼짱 탤런트를 놓고 한창 수다를 떤다.

하지만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는 하루 종일 얼음판 위에서 산다. 오전엔 태릉선수촌에서 다른 국가대표들과 함께 훈련하고 저녁엔 김세일 코치와 경기 과천 빙상장에서 개인 훈련에 몰두한다.

아침에도 운동, 저녁에도 운동, 쉬는 시간에도 운동. 그의 하루 스케줄은 온통 운동뿐이다. 9일 개학했지만 학교에 가지 못했다. 피겨스케이팅 시즌은 9월부터 3월까지. 이 기간은 학교에서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없다. 사정이 이러니 아직 어린 나이인 그가 스케이트를 지겨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놀고 싶은 욕심을 누르고 스케이트를 지치는 이유가 있다. 최연소 국가대표인데다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만큼 뛰어난 유망주이기 때문.

5일 열린 제58회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부 시니어부문에서도 쇼트프로그램 8.56, 프리스타일 8.56점에 종합점수 1.5점으로 우승한 김연아는 한국 피겨스케이팅 100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 꼽힌다.

국내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고난도의 트리플(3회전) 연기 5개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했으며 현재는 쿼드러플(4회전)에 도전하고 있다. 점프해 공중에서 네 바퀴를 돌아야 하는 쿼드러플은 2002년 일본의 안도 미키가 여자선수로는 세계 최초로 성공해 화제가 된 기술.

쿼드러플 점프를 자유자재로 소화할 수 있다면 중국계 미국인으로 세계여자피겨를 평정한 미셸 콴에 버금가는 선수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니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것은 일곱 살 때. 엄마 따라 취미로 배웠다가 푹 빠져들었고 군포신흥초교 2학년 때 동계체전 초등부에서 처음 금메달을 따며 주목받았다. 2002년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대회와 2003년 크로아티아 골든베어대회 13세 이하(노비스) 부문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일약 한국 피겨의 미래로 떠올랐다.

김혜경 빙상연맹 국제이사는 연아는 지금 당장 국제대회에 나가도 상위권 입상이 충분하다. 몸매가 가늘고 다리가 길어 체격조건에서도 서양 선수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며 칭찬에 입이 마른다. 이인숙 빙상연맹 피겨 경기이사도 연아의 점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프로그램과 표현능력을 조금만 가다듬으면 국제대회 메달도 문제없다고 평가한다.

나이가 어려 그동안 국제대회 주니어 부문에 출전하지 못한 김연아는 8월 드디어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한다. 한국이 피겨스케이팅 후진국의 불명예를 털어낼 날이 멀지 않았다.



정재윤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