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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닷컴 '빅3' 박멸 선전포고

Posted April. 29, 200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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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한 직장인이 아침마다 열어보는 e메일함.

가장 싼 대출, 클릭만 하면 돈 되는 광고, 환상 여행경품 신청, 처방전 필요 없는 비아그라, 죽여주는 동영상. 결재요청 지금 이라크에선 등 제목만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음란 메일도 가득하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인터넷 업체들이 e메일의 절반을 차지하는 스팸 박멸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바퀴벌레 박멸만큼이나 어려워 보인다.

스팸 메일 방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브라이트메일사는 올 3월에 발송된 e메일 중 스팸 메일이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2001년 9월만 해도 스팸 메일은 약 8%에 불과했다. 인터넷서비스업체인 AOL은 매일 7억8000만개의 스팸 메일을 걸러내고 있다. 주피터리서치는 올해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총 3190억개의 스팸 메일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일을 지우는 시간 낭비, 인터넷의 속도 저하 등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 등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스팸 메일로 인한 비용이 연간 100억달러로 추산된다.

문제는 스팸 메일을 보내는 스패머들이 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 100만개의 e메일 주소가 담긴 CD는 5달러면 구할 수 있고 대량으로 메일을 보내주는 소프트웨어는 웹에서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다. 발송한 광고 메일 10만건 중 1건만 건진다고 쳐도 스팸 메일을 보내는 게 득이 된다.

AOL, 마이크로소프트(MS), 야후 등 인터넷서비스업체는 스팸 퇴치를 위해 공동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28일 발표했다. e메일 제목에 사기를 치지 못하도록 하고, 합법적인 e메일과 스팸 메일을 구별하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계획. FTC도 스팸 퇴치를 위한 법적 제도적 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워크숍을 30일부터 갖기로 했다.

그러나 스패머들이 사용하는 현란한 기법들을 막기에는 미미한 수준. 스패머들은 웹에서 e메일 주소처럼 생긴 것을 모조리 긁어오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발송 대상자를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발송된 메일이 읽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소프트웨어로 사용 중인 e메일 주소와 휴면 메일 주소를 골라내기까지 한다.

사용자들은 스패머의 메일 주소를 블랙리스트에 등록해 이곳에서 오는 메일을 차단할 수 있지만 스패머는 이에 대비해 수십개의 e메일 주소를 옮겨다닌다.

미국의 28개주에서는 스팸 메일을 규제하는 법이 있다. 정체를 위장하고 광고 메일을 보내거나, 받는 사람이 수신 거부를 할 수 있는 버튼을 마련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일이 적발할 수도 없을뿐더러 온라인 마케팅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해 제대로 지켜지기 어렵다.



김승진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