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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인가 성직자인가

Posted March. 04, 200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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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부인 로라 여사에게 아침 커피를 가져다 주기 전에 기도하고 성경을 읽는다. 부시 대통령이 좋아하는 장은 시편이다. 또 오스월드 체임버스 목사가 지은 복음주의 설교집 나의 모든 것을 주님을 위해(My Utmost for His Highest)를 매일 읽는다. 이 설교집은 신이 모든 삶과 역사를 쓰고 있다는 선지자 이사야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악을 처단하는 것은 신의 뜻이다.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91년 걸프전을 벌일 당시 전쟁이 신의 뜻에 어긋난다는 성공회 주교의 지적을 받자 참모들에게 어거스틴과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신학자의 저술을 뒤져 정당한 전쟁의 신학적 근거를 찾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아들 부시 대통령에게 그런 일은 불필요해 보인다. 왜냐하면 후세인 대통령은 명백히 악이기 때문. 부시 대통령의 종교적 수사()를 들어보면 일부 미국인에게는 대통령을 선출한 것인지, 목사를 뽑은 것인지 혼동을 줄 정도.

물론 기독교에서도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 중에서도 근본주의적 성향이 강한 복음주의를 믿고 있다. 그는 75년 성경공부 모임에 나가면서 신앙심을 키웠고 신의 도움으로 술을 끊었다고 믿고 있다.

그는 기도와 성경 읽기에 이어 수를 뛰고 역기로 근육을 다진 뒤 오전 7시 공식 일과를 시작한다.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도착하자마자 이라크전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정상들에게 전화를 건다.

하루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그의 얼굴은 어두울 정도로 무거워 보인다. 이라크에 대한 개전이 임박하면서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과 짓궂은 농담은 찾아보기 어렵다.

백악관은 경건함으로 가득 차 있다. 성경공부 모임이 여기저기서 열린다. 비서실장 앤드루 카드의 부인은 감리교 목사이며, 국가안보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의 부친도 목사였다.

그는 퇴근 후 만찬 행사를 거의 갖지 않지만 갖는다고 해도 콜라 한 잔 마시고 바로 식사를 시작해 밤 10시 이전에 끝낸다. 그에게는 읽어야 할 자료가 있다. 라이스 보좌관이 작성한 610쪽짜리 보고서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쓴 짧은 메모.

그리고 바로 잠자리에 든다. 아침 일찍 읽어야 할 보다 중요한 책이 있기 때문이다.



홍은택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