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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터넷 표절

Posted December. 04, 200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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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 숙제하기 참 쉽다. 인터넷에 들어가 숙제라고만 치면 관련 사이트가 좌르륵 뜬다. 독후감은 물론 기행문, 수행평가 자료까지 온갖 정보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 팔 아프게 베낄 것도 없다. 좋은 내용만 골라 클릭 몇 번으로 짜깁기하면 된다. 어찌나 인터넷 표절이 보편화돼 있는지, 최근 제4회 독서대상을 열었던 경주 위덕대측이 1010편의 공모작 중 인터넷에서 베끼기 짜깁기를 하지 않은 순수 창작품은 5%에 불과했다며 수상작 선정작업이 심사() 아닌 수사()라고 했을 정도다.

우리만의 일일 리 없다. 표절을 지적 도둑질로 간주해 엄격하게 규제해온 미국 대학에서도 인터넷 치팅(cheating)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듀크대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학문적 성실을 위한 센터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베끼고 짜깁기해서 리포트를 낸다는 대학생이 1999학년도의 10%에서 2001학년도엔 41%로 늘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어느 정도 짜깁기하는 것쯤은 학문적 성실을 방해한다고 여기지도 않는 추세다. 이를 심각한 속임수로 본다는 교수들 비율도 99학년도의 91%에서 2년만에 51%로 뚝 떨어졌다.

물론 남의 재산을 내 것인 양 내 맘대로 쓰는 것이 옳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며, 정보는 눈에 보이는 재산과 달리 나눌수록 커진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그렇다면 인터넷에 널린 지적 재산에까지 재산권을 적용하는 것은 과연 옳은지 의문이다. 광속보다 빠른 테크놀러지의 발달을 인간의 두 다리로 따라잡고 인간의 머리로 규제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법.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없다면, 차라리 테크놀러지의 물결 위에서 파도타기를 즐기도록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전과를 베껴 숙제하는 학생은 존재했다. 베끼는 대상이 바뀌었을 뿐, 그 시절과 다름없는 숙제를 내주는 학교가 되레 문제다. 독서감상문 공모전도 인터넷으로 독후감을 베껴 낼까봐 두렵다면 행사 자체를 독서 토론대회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미국에선 이미 표절을 찾아내는 소프트웨어가 나왔고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인텔 등은 팰라디엄(Palladium) 프로젝트를 통해 콘텐츠의 불법 사용을 막는 하드웨어를 개발 중이다. 테크놀러지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호소나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운동)이 아니라 더 나은 테크놀러지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함부로 이용하지 맙시다 식의 시대착오적 캠페인이라도 나올까봐 하는 소리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