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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보인 커제 “알파고와 대국, 고통이었다”

눈물 보인 커제 “알파고와 대국, 고통이었다”

Posted May. 29, 2017 09:04,   

Updated May. 29, 201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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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 세계 랭킹 1위 중국 커제(柯潔) 9단의 충혈된 두 눈은 젖어 있었다. 카메라가 클로즈업해서 커 9단을 비추자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며 속울음을 울고 있는 것이 선명히 보였다. 27일 오후 1시경 구글 딥마인드사가 제작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세 번째 대국을 벌이던 커 9단. 대국 중에 이런저런 동작이 많은 그였지만 이날 세 번째 패배가 거의 확정될 즈음부터는 동상처럼 굳어져 갔다.

 눈물을 보이기 전 그는 제한 시간이 1시간여 남은 상황에서 중국 저장(浙江) 성 자싱(嘉興) 시 우전(烏鎭) 진 세계인터넷회의중심 2층 비공개 대국장을 갑자기 벗어나 화면에서 사라진 뒤 10분가량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1층 대형 회의장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 대국을 지켜보던 내외신 기자 등 2300명의 참석자는 “어디로 갔나?” “돌을 던졌나”라며 술렁거렸다. 현장 해설자도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커 9단의 아버지 커궈판(柯國凡) 씨는 대국이 끝난 후 저장TV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화장실에 달려가 울었던 것 같다”며 “전날 잠도 못 자고 바둑 형세도 좋지 못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白)돌을 잡으면 80% 이상 승률을 올리는 커 9단은 이날 알파고와의 세 번째 대국에서 자신이 먼저 백을 잡겠다고 요청해 두었지만 209수 만에 돌을 던졌다. 대국을 마치고 오후 5시경 2층 비공개 대국실에서 1층으로 내려와 회의장을 가득 메운 1000여 명의 참석자들 앞에 선 커 9단은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것은 고통이었다. 알파고와 바둑을 둘 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전혀 갖지 못했다”고 심리적 부담을 털어놨다.

 그는 “대국에 져서 죄송하다. 좀 더 잘 두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낮은 목소리로 고개 숙이며 자책했다. 1, 2국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는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던 커 9단이 침울하고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하자 참석자들은 여러 차례 박수를 치며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커 9단은 “오늘 대국은 포석에서부터 스스로 생각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악수를 뒀다”며 “전날 밤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알파고를 어떻게 대할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포털 신랑왕(新浪網)은 “그는 아직 어린 열아홉 살 소년(1997년 8월생)이다. 질 수도 있는 나이다”라며 응원했다. 커 9단의 스승이자 ‘중국의 기성’으로 불리는 녜웨이핑((섭,접)衛平) 9단은 “인간이 알파고와 대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착각이었다”며 “알파고는 최소 프로 20단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대국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알파고가 바둑계를 은퇴하지만 바둑과의 인연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국 이후 스스로 강화학습을 위해 벌였던 알파고끼리의 ‘셀프 대국’ 기보 50판을 매일 10판씩 공개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판을 본 스웨(時越) 9단은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상상만 하던 저 먼 미래의 대국 같다”고 말했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의 은퇴는 아쉽지만 ‘바둑의 신’ 간의 대국을 분석하느라 기사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딥마인드는 바둑 애호가들의 기력 향상을 위해 알파고가 두었던 수를 기초로 ‘바둑 지도 도구’를 개발하고,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결 이후 업그레이드된 진화 과정을 논문으로 작성할 계획도 밝혔다.



구자룡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