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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라임 박근혜의 혈액검사

Posted November. 17, 2016 07:19,   

Updated November. 17, 201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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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차움의원 VIP 시설을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이용했다는 보도에 빵 터진 사람이 많다. 길라임은 꼭 6년 전 이맘때 시작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하지원이 맡았던 여주인공 이름이다. 스턴트우먼 길라임이 위험한 장면을 찍을 때 백화점 사장 현빈은 쓱 나타나 말했다. “소리 지르지 마세요. 저한텐 이 사람이 김태희고 전도연입니다.” 2011년 말 박 대통령은 공군 출신 조인성, 해병대 출신 현빈, 육군 출신 비 중 누가 제일 좋으냐는 질문에 현빈을 꼽았다. 

 ▷길라임 소동은 “길라임, 이게 최선입니까” “길라임은 언제부터 혼이 비정상이었나” 같은 패러디를 낳으며 ‘최순실 게이트’ 블랙코미디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길라임이란 이름을 박 대통령이 선택했는지, 동행했다는 최순실 씨 혹은 병원이 멋대로 정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천둥번개가 칠 때 남녀 주인공의 영혼이 뒤바뀌는 드라마 설정과 맞물려 최 씨에게 사로잡힌 청와대야말로 ‘시크릿 가든’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길라임 가명은 한 번 웃고 지나갈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대통령의 혈액을 외부 의료기관인 차움의원에서 검사한 건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가 2013년 9월 박 대통령의 혈액을 채취해 차움의원으로 가져가 최 씨 이름으로 검사했다는 게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다. 차움의원이 혈액검사를 한 이유는 혈액 속에 부족한 성분이 무엇인지 알아내 맞춤형 주사 처방을 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갱년기 증세 치료와 피로 해소에 특효라는 태반주사를 맞았다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김정일이 뇌중풍에서 회복돼 “혼자서 양치질을 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후 북이 김정일 주변 인물을 전부 교체했다고 한다. 우리가 김정은의 체중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국가지도자 건강은 국가안보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해외 순방 중인 자국 대통령의 용변도 수거해 간다. 태반주사가 필요했다면 주치의가 놔주었으면 그만인데 이를 ‘비선’으로 공급받고 그로 인해 대통령의 혈액이 외부 병원에 나돌아 다녔다니 아연할 따름이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