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평준화 해법] ´교장 책임경영´ 도입 등

  • 입력 2002년 3월 20일 17시 30분


한국의 학교는 자율도 책임도 없다. 모든 것을 정부가 결정하고 책임도 정부가 진다. 교원 선발과 학교운영 예산,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주체는 정부이다. 심지어 보충수업과 모의고사를 실시하는 것도 학교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이같은 관치위주의 하향식 명령과 지침으로 타율적 운영이 만연하면서 우리 학교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정부 위주의 획일적 학교지배구조로 운영되는 학교의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평준화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학교를 활성화하려면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학교 교육활동과 인적 물적자원의 운영권을 모두 학교에 위임하는 진정한 ‘학교단위 책임경영제’가 도입돼야 한다. 교육당국, 특히 시도교육청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권한을 학교로 넘길 필요가 있다. 학교는 교장이 자율과 책임을 갖고 운영해야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다.

교장이 자신과 함께 일할 교원을 선발하고, 예산 배분과 집행 권한, 교육과정 편성권, 교육활동 운영권이 있어야 창의적이고 경쟁력있는 교육을 할 수 있다. 교사들이 학부모 눈치를 보지않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개별학교와 교원들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책임을 묻고 그 결과를 학부모에게 공개해야 한다.

능력과 적성이 다른 학생들을 받아들인 학교라 할지라도 개인차에 따라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 누구든지 학교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공교육의 기본 이념이다. 이를 위해선 고교도 종합대학형 체제로 바꿔 학생들이 능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학교는 수준별 강의를 제공해야 한다.

고교평준화 문제의 해법은 개별 학교의 자율과 권한을 최대한 부여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요구해 학교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서 찾아야 한다. 어느 학교에 배정되든 학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보낼 수 있는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평준화를 폐지해 우수생만 모이는 학교를 따로 만들 경우 어린 자녀들을 입시집옥으로 떨어뜨려 더 큰 혼란만 초래할 것이다.

고교평준화는 학교서열화와 과열 입시경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며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경쟁으로 분열된 국민을 통합시키기 위한 사회정책의 성격도 강하다. 이런 정책 취지가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진국처럼 학교선택제와 계약제학교(Charter School) 등 다양한 학교제도를 점차 도입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흥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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