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아프간 잠입르포]“라덴 훈련캠프 텅빈 유령의 마을로“

  • 입력 2001년 9월 24일 16시 19분


파키스탄 무기상점
파키스탄 무기상점
“파키스탄과 맞닿아 있는 아프가니스탄 낭가라르 지역의 접경 마을은 사람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아 마치 텅 빈 유령의 마을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미국의 공격을 우려해 집을 버리고 떠나기도 했고 집에 있더라도 밖으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영국 BBC 방송은 23일 존 심슨 국제부장의 낭가라르 지역 잠입 르포를 방영했다. 낭가라르 지역은 현재 탈레반 정권이 장악하고 있는 곳으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리스트) 훈련 캠프를 설치해 활동해온 잘랄라바드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英 BBC John Simpson 국제부장의 아프간 잠입취재 동영상

심슨 부장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밀수업자들의 도움으로 이슬람 여성으로 변장해 잠입에 성공했다. 다음은 르포기사 내용 요약.

“밀수업자들은 나와 카메라맨에게 아프가니스탄 파탄족(族) 여성들이 착용하는 ‘부르카’를 걸치도록 했다. 부르카는 몸과 얼굴을 완전히 가릴 수 있어 변장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길거리를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은 차에 남성이 타고 있으면 유심히 살피고 검색을 하지만 여성은 예외였다. 어떤 곳에서는 여성 검색 전담원을 둬 여성을 검색하기도 한다고 안내인은 귀띔했다.

우리의 잠입을 도와준 밀수업자들은 국경지역이 워낙 무법천지인 데다 혹시 탈레반 병사들이 우리의 정체를 알아채고 체포할 경우에 대비해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탈레반은 언론인은 무조건 체포하도록 지시를 받고 있다는 것. 하지만 다행히 그들은 우리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했다.

안내인의 설명에 따르면 탈레반은 (미국의 테러 발생) 이전에 비해 파키스탄과의 국경지대에 병력을 크게 늘렸다. 마치 자신들에 대한 위협이 파키스탄을 거쳐 육로로 들이닥칠 것으로 여기는 듯했다. 새로 세워진 초소들이 눈에 많이 띄었고 그중 한 곳엔 80여명의 탈레반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1996년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을 때 각지의 수많은 무장 민병조직이 자발적으로 이에 가담했지만 지금은 이탈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이 권력에 맛을 들인 뒤 부패해지고 인기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말했다.

탈레반은 이탈자가 늘어나자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수도 카불과 잘랄라바드에 강제징병소를 세워 젊은이들을 강제로 끌어들이고 있다. 주민들이 안전한 곳을 찾아 도피하거나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미국의 공격을 우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 같은 강제 징집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있기도 하다.”

<이진녕기자>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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