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여소야대]이한동 '태풍의 눈'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56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자민련 총재인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의 유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 총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당정개편의 폭은 물론 향후 DJP공조복원 가능성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이 총리에게 달렸다〓이 총리가 총리직 유지를 선택할 경우 정치 도의상 자민련 총재직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DJP 공조가 붕괴된 상황에서 이 총리의 이 같은 선택은 자민련과 이 총리 모두에게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 총리의 총리직 유지가 DJP 모두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점도 있다는 지적들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DJP 양 진영 모두 감정이 격해 있는 상태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만큼 공조 복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유임되면 내각쇄신의 상징성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총리의 유임 여부와 별개로 다른 자민련 소속 장관들은 사표를 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실제 내각 개편의 폭은 이 총리의 거취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 이 총리인가〓이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면 청와대로서는 총리 교체시 예상되는 몇 가지 난제들을 피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총리를 새로 임명하면 인사청문회와 국회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통과할 인물을 고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권 핵심부에선 정기국회 이후 선거대비 내각 구성이 불가피한 만큼 당분간은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김 대통령이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안 파동의 와중에서 이 총리가 보여준 신중한 행동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총리가 자민련 복귀를 고집할 경우 끝까지 만류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총리의 심경은〓이 총리 본인은 아직 어떤 의사도 표시하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 총리의 심정에 대해 일부 측근들은 “김 대통령이 권유한다고 해도 상황이 이 지경인데 총리직에 남아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측근들은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가 자민련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마당에 지역 기반이 다른 이 총리가 과연 제대로 당을 장악할 수 있겠느냐며 이 총리의 총리직 고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측근은 “이 총리는 이번 임 장관 해임안 파동 과정에서 자민련으로부터 사실상 완전히 소외됐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승모·이철희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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