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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격파한 사우디 임시공휴일 선포

Posted November. 24, 2022 07:52,   

Updated November. 24, 202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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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첫 경기에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꺾자 사우디 왕실도 ‘임시 공휴일’을 선포하며 역사에 남을 승리를 기념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87)은 22일 저녁 성명을 내고 “내일(23일)을 민간, 공공의 모든 직장인과 학생 대상 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말고사 기간이었던 학생들의 시험 일정도 16강 경기 이후로 밀렸고, 사우디 증권거래소 ‘타다울’도 이날 하루 동안 문을 닫았다.

 공휴일 지정은 국왕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7)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이날 사우디의 승리가 확정된 뒤 사우디 언론은 빈 살만 왕세자가 형제들과 함께 기뻐하는 ‘소탈한’ 모습을 공개했다. 또 여성 팬들이 스포츠 카페에서 남성 팬들과 함께 어울려 ‘(아르헨티나 주장) 리오넬 메시(35)는 어디로 갔냐’고 외치며 응원하는 장면도 전파를 탔다. 빈 살만 왕세자는 국제사회에 사우디의 경제, 사회 개혁을 알리는 ‘비전 2030’을 이끌며 자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우디 대표팀이 ‘역대급 업셋(약팀이 강팀을 물리치는 일)’에 성공하자 이를 갈등 봉합의 계기로 삼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사우디 연합군과 7년 넘게 전쟁 중인 예멘 후티 반군 정부의 다이팔라 알 샤미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의 승리가 아랍 축구를 다시 세계 지도에 돌아오게 했다”고 평했다. 2020년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한 뒤 사우디와의 동맹에 균열이 생겼던 아랍에미리트(UAE)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73)도 사우디의 승리를 “아랍의 기쁨”이라며 축하했다.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물리쳤다는 이유로 임시 공휴일을 선언한 건 사우디가 두 번째다. 카메룬 정부도 1990년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자국 대표팀이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자 임시 공휴일을 지정했다. 한국도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폐막일 다음 날인 그해 7월 1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적이 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