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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접종률 31%로 내국인의 절반, 마지막 ‘백신 사각지대’

외국인 접종률 31%로 내국인의 절반, 마지막 ‘백신 사각지대’

Posted October. 12, 2021 07:18,   

Updated October. 12, 202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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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는 주소라고 나오는데요? 노 어드레스(No address). 주소 안 적으면 백신 못 맞아요.”

 8일 오전 경기 안산시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 주차장에서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과 외국인 근로자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과정에서 중국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 A 씨가 가짜 주소를 적어냈기 때문이다. 미등록(불법 체류) 신분이 노출되는 걸 걱정한 것이다. 현장에 ‘불법 체류 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펼침막도 내걸렸지만 A 씨는 경계심을 풀지 못했다. 의료진의 설득 끝에 A 씨는 지인의 주소를 적어낸 뒤 백신을 맞았다. 6일부터 사흘간 이곳에 투입된 ‘백신 버스’를 통해 348명이 접종했다. 이 중 152명이 A 씨처럼 불법 체류 외국인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앞두고 부진한 외국인 접종률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국내 접종 완료율은 59.3%다. 하지만 외국인만 따로 보면 31.4%(7일 0시 기준)로 절반 수준이다. 외국인들이 ‘백신 사각지대’에 놓이다 보니 이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외국인 지인모임 관련 집단감염은 확진자가 840명까지 늘었다. 질병청에 따르면 9월 12일부터 2주간 발생한 성인 확진자의 83.1%는 미접종 및 불완전 접종군에서 발생했다. 그만큼 미접종자의 감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이달 말까지 안성시와 화성시 등에서 백신 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경남 김해시는 연락처가 등록돼 있지 않은 외국인 6000여 명을 일일이 수소문하면서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 제공이나 이동식 접종만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신 버스를 이용한 중국동포 박모 씨(51)는 “백신을 맞느라 하루 이틀 쉬면 일감이 끊길까 봐 직장에 말도 못 꺼내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최철영 원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 대표는 “회사에서 여권을 빼앗아가 백신을 못 맞고 있다는 외국인도 있었다”며 “사업주들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신규 확진자는 1297명으로 2개월여 만에 가장 적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한글날 연휴(9∼11일) 이후 확진자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4차 유행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10월 말 일일 확진자가 3500∼4300명 수준으로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