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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은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김여정은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Posted April. 17, 2020 07:40,   

Updated April. 17, 202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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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은 북한 노동당의 제7차 당대회 개최를 앞둔 2016년 4월 통일연구원 등 4대 안보 싱크탱크 연구위원 102명을 상대로 한 전문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여러 문항 가운데 ‘당대회 이후 북한의 2인자로 떠오를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3%가 당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던 김여정을, 21.2%가 국가안전보위부장이던 김원홍을 꼽았다.

 1면 기사의 해설과 전망은 이랬다. “김정은이 ‘백두혈통’인 여동생 김여정과 집권 전부터 자신의 체제 공고화를 도우며 이른바 ‘숙청 권력’을 행사해 온 김원홍을 전면에 내세워 친정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김정은의 2인자가 모두 숙청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숙청하는 자’로 몸을 낮춰 온 김원홍이 향후 최대의 숙청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2018년 3월 한국을 방문해 외교무대에 얼굴을 드러낸 김여정은 11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다시 올라서며 2인자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김원홍은 2017년 초 허위보고 등의 혐의로 국가보위상에서 물러난 뒤 인민군 총정치국 1부국장으로 재기했다가 재차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처형됐다는 보도도 있다.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위원은 지난달 31일 발표된 보고서에서 “올해 2월 해임된 리만건 당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당 부위원장(농업부)을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최룡해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인사”라고 풀이했다. 최룡해는 김여정에게 2인자 자리를 내주고 경제위기의 속죄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김원홍도 최룡해도 제친 김여정이 북한의 2인자로 부상하고 있다면 논리적으로 이런 질문이 뒤따른다. 김원홍처럼 김여정도 언젠가는 오빠의 눈 밖에 나 숙청될 수 있는가? 아니면 이른바 백두혈통임을 근거로 김정은 유사시 권력을 물려받는 북한 4대 세습 후계자로 군림할 수도 있을 것인가?

 북한 김씨 독재의 미래를 전망하느니 차라리 동전을 던지는 것이 낫다. 하지만 김정일의 후계를 전망할 때 사용했던 ‘사회주의 독재국가의 후계자 결정 이론’의 도움을 받아 학문적인 추측(academic guessing)을 할 수는 있다. 비교사회주의 정치학자 레슬리 홈스 박사의 ‘3Ps+X’이론이 대표적이다. 소련과 중국 등 사회주의 독재국가에서 최고지도자가 권력을 잃을 경우(X), 권력기반(Power base)과 인격적 자질(Personal qualification), 정책능력(Policy making ability)을 가진 인물이 후계자로서 권력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일단 김여정에게는 확실한 권력기반이 있다. 바로 오빠 김정은이다. 아버지 사후 오빠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문고리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 따르는 측근 그룹도 형성됐을 것이다. 정책능력에 대한 검증도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2018년 이후 북-미, 남북대화 과정에 개입해 온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여기까진 하기 나름이다.

 문제는 인격적인 자질이다. 최고지도자의 인격적 자질은 엘리트와 대중의 인정이 필수적인, 즉 상대방이 있는 영역이다. 여성의 권리는 그저 법조항일 뿐, 유교적 유산에 더해 김일성 김정일 독재를 위해 의도적으로 구축된 가부장적인 북한의 정치문화가 ‘여성 수령’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미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던 우리의 양성평등 수준과 비교하면 잠정적인 대답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