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수재 참상 보면서 이런 말이 나오나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그제 수해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했다. 며칠 전 기록적인 폭우로 흙탕물에 잠긴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시장에서다. 수해 복구를 지원한다며 찾은 공개 일정에서 자기들끼리 대화하다 이런 발언을 한 것이다. 수해 피해가 잦은 경기 동두천과 연천을 지역구로 둔 여당 재선 의원의 인식 수준이 이 정도인가 싶다.

　수해 현장에선 망연자실한 상인들이 한숨을 내쉬며 젖은 물품을 말리고 진흙을 걷어내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참담한 자리에서 보통 사람은 떠올릴 수도 없는 발언을 버젓이 한 것이다. ‘솔직히’라는 발언에서 재해 현장을 의정활동의 홍보사진을 찍는 자리쯤으로 여기는 속내가 드러난 것 아닌가.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참으로 어이없다. 김 의원이 문제의 발언을 하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허공을 응시하며 “비 안 오는 게 좋죠”라고 혼잣말 하듯 했다. 경기 포천·가평이 지역구인 최춘식 의원은 “우리 지역은 소양강 댐만 넘지 않으면 되니까”라고 했다. 이 지역 당협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은 긴 인사말도 했다. 한 상인이 “길 막고 뭐하는 것이냐”며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12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주택과 상가가 3800동이나 침수됐다. 반지하 주택에서 발달장애인 가족 3명이 숨졌다는 소식에 온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김 의원은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고 했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직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어물쩍 면피성 징계로 넘어갔다간 성난 민심에 더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 정도 인식을 가진 사람이 집권 여당 의원의 자격이 있나. 이러니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해(國害)의원’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출당 조치까지 포함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앞서 윤 대통령이 ‘재택 지휘’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대통령실은 신림동 반지하 수해 현장을 찾은 대통령을 카드뉴스로 만들어 홍보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가뜩이나 국정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고 새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김 의원이 장난기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별 거 아니라는 투로 해명했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