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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앞에 선 한국, 이주민과 ‘우리’ 돼야 미래 있다

인구절벽 앞에 선 한국, 이주민과 ‘우리’ 돼야 미래 있다

Posted January. 19, 2022 07:47,   

Updated January. 19, 202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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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고교생이 되는 아딜벡(16)은 카자흐스탄 이민가정 출신이다. 2015년 고려인 3세인 어머니를 따라 온 가족이 경기도 안산에 정착했다.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아딜벡은 카자흐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아버지처럼 금융인이 되는 것이 꿈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딜벡 같은 이주배경 학생은 16만56명으로 전체 학생의 3%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5년 전과 비교하면 16배로 증가한 수치다. 국내 거주 외국인 비율이 4%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문화·다인종국가(5% 이상)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학생들도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만난 이주배경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힘겹기만 하다. 이중 언어 강사나 한국어 특강 등 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한 학교가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이민 가정의 자녀들은 안산의 원곡초교와 같이 국제과정이 있는 특정 학교로 몰리고, 이 학교는 한국 학생들이 외면하면서, 섬처럼 고립된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동화될 기회를 잃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보육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초등학교부터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내외국인 차별 없이 공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육은 협약의 사각지대여서 외국인은 세금을 내고도 보육비 지원 혜택을 못 받는다. 일본의 경우 3∼5세 외국인 자녀도 무상보육을 하고, 독일은 출생 등록만 하면 보육 지원과 예방접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하니 이에 비하면 한국의 다문화 수용 수준은 매우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을 찾은 이주민들이 열악한 보육과 교육 정책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하도록 방치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저출산 시대에 노동력 확보와 사회 유지는 물론 다양성을 통한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서도 이들과의 공존은 필수적이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경우 주요 기업의 40%는 이민자가 창업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의 35%가 이민자 출신이다.

 경쟁력 있는 다문화국가라면 금융인이 꿈인 고교생 아딜벡이 헝가리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투자가로 성공한 조지 소로스처럼 될 수 있어야 한다. 이주배경 아이들에게 부모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준비된 교사와 학습 프로그램으로 기회의 사다리를 놓아주자. 이주학생들과 함께 배우는 통합교실은 한국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문화와 소통하는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인구 절벽에 맞닥뜨린 한국의 미래를 이주민들과 함께 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