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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일상들의 힘

Posted January. 25, 2021 07:27,   

Updated January. 25, 202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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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 아주 큰 것을 선물하리라는 기대가 착각이었음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빠른 속도로 나이를 먹었다.”

―오정희 ‘돼지꿈’ 중

 자신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고달픔을 각오해야 하는 일인 건 맞는 것 같다. 기대치가 높아지면 도달하기도 어렵단 얘기니까. 그만큼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지 않을까.

 보통 사람의 평범한 삶을 다룬 나의 첫 책 ‘보통의 존재’가 출간되었을 때, 적잖은 사람들에게서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다. 자신은 특별하고, 나아가 인간은 누구나 다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책의 제목도 마음에 들지 않거니와 내용에도 동의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자신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사람일수록 내가 보기엔 그저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남다른 구석이 있는 사람들은 삶이 특별하지 않다는 데 선선히 동의할뿐더러 자기 존재에 대해서도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특별할수록 특별한 것에 대한 미련이 없고 평범할수록 자신의 평범성을 두려워하는 이 아이러니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돼지꿈’은 그런 두 부류의 사람들이 꼭 하나로 버무려진 어떤 사람의 이야기 같다. 인생이 선물 같은 무엇이길 바랐으나 끝내 기대보다 못한 삶을 살며 하나둘 현실을 수긍해가는 사람의 이야기 말이다. 작가는 말한다. 나를 속상하게 하고 포기하게 만드는 그 모든 자잘한 일상들이 주는 힘으로 결국 우리는 삶을 견디고 살아가는 거라고. 그래서 인생은 반전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삶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사람에겐 그 대단치 않은 일상들이 무엇보다 특별하고 큰 축복이 되어주니까. 오늘도 삶과 밀당을 벌이느라 고단하고 지친 이들에게 오 작가의 이 작은 이야기들은 큰 위안으로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