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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길 찾기 본능’ 역사를 만들다

Posted October. 17, 2020 08:03,   

Updated October. 17, 20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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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정말 여자보다 길을 잘 찾을까.

 남녀의 능력이 다른지 논쟁이 벌어지면 언제나 등장하는 질문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이 질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객관적이고, 차분하게 여태까지 진행된 연구를 소개한 책을 읽는다면 우리의 논쟁은 좀 더 생산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뉴욕타임스 네이처 같은 유수 언론 기고로 유명한 저자는 ‘뇌과학’이라는 키워드로 이 논쟁을 풀어나간다. 책은 기본적으로 뇌과학을 기반으로 하되 구불구불한 뇌의 틈새 너머 지구의 역사와 사회 현상까지 곳곳을 탐험한다. 각종 사건과 논쟁을 예로 들어가며 인류의 길 찾기 본능을 쉽고 효과적으로 설명해 나간다. 무엇보다도 객관적 시선이 눈에 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소개한다.

 먼저 저자는 타고난 사냥꾼이었던 호모사피엔스부터 들여다본다. 과거 호모사피엔스에게 ‘길 찾기’란 가장 큰 무기였다는 것. 먹잇감의 위치를 파악하고 지형지물을 파악해 전략적으로 사냥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이후에도 길 찾기 능력을 바탕으로 문명을 일궈왔다. 위대한 탐험가들의 길 찾기 능력은 신대륙을 찾아내 문명을 확대시켰다. 인류의 역사 자체가 인간이 새로운 길을 찾아낸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길을 찾는 과정에서 뇌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왜 우리는 길을 잃어버리는지, 길을 잃어버린 사람은 어떤 공포에 빠지는지 등의 논쟁도 풀어나간다. 이어 인류가 GPS를 껐을 때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진다. 호모사피엔스는 가졌으나 현재의 인류는 잃어버린 것을 묻는다. 저자는 지도에서의 길 찾기의 과정을 인생의 길 찾기라는 존재론적 논쟁으로 확장해 나간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어느 곳에 속할까? 나는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하면 거기에 갈 수 있을까? 이러한 것들은 존재와 생존에 관한 원초적 질문이다.”


이호재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