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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지명’ 美대선 이슈로...바이든 “집권땐 트럼프 인사 무효”

‘대법관 지명’ 美대선 이슈로...바이든 “집권땐 트럼프 인사 무효”

Posted September. 22, 2020 07:30,   

Updated September. 22, 20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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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타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둘러싼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의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안에 지명을 강행하겠다”고 밝히자 20일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에서 내가 이기면 지명을 철회하겠다”고 맞섰다. 이 문제를 놓고 미국 보수-진보진영이 각각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11월 3일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핵심 경합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대선을 40여 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권력 남용”이라며 “국민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내가 당선되면 지명을 철회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로이터통신-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2%가 “차기 대통령이 새 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은 민주당이 대법관 인원을 현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이겨 상원까지 접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도 의회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내년부터 진보 성향 대법관을 대거 추가로 임명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온라인 모금 플랫폼 ‘액트 블루’에는 긴즈버그 별세 당일인 18일 오후 8시부터 28시간 만에 총 9140만 달러(약 1060억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임명을 둘러싼 (보수 대 진보) 전쟁이 진보 후원자들을 자극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바이든 후보를 향해 “대법관 후보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이 진보 인사를 임명할 것을 우려하는 보수 유권자의 불안감을 자극해 대선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바이든 캠프 측은 “사전에 후보자 명단을 공개할 계획이 없다”며 대통령 요구를 거부했다.

 다만 정쟁과 무관하게 긴즈버그 추모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소셜미디어 추적업체 뉴스휩은 긴즈버그가 별세한 지 불과 이틀 만에 그에 관한 소셜미디어 상호작용(좋아요, 댓글, 공유) 콘텐츠가 4100만 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관한 일주일 전체 상호작용 콘텐츠가 6200만 건임을 감안할 때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NYT는 “전 연령의 여성들이 페미니즘의 아이콘이었던 ‘역할 모델’의 상실을 애도하고 있다. 대통령의 보수 대법관 임명 강행을 반대하는 진보 세력의 슬픔과는 결이 다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임보미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