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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에 울려퍼지는 평화와 생명의 하모니

Posted August. 15, 2020 07:34,   

Updated August. 15, 20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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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속에서 울려 퍼지는 클래식 선율의 아름다움을 즐기세요.’

  ‘평화 5군’으로 불리는 강원도 5개 비무장지대(DMZ) 접경 지역에서 열리는 ‘PLZ(Peace & Life Zone) 뮤직 페스티벌’이 그렇다. 고성 인제 양구 화천 철원 일대에서 9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음악을 들으며 분단과 생태보존이라는 우리 시대의 명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다.

 개막식은 지난달 25일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신라시대에 지어진 고성군의 ‘금강산 건봉사’에서 열렸다. 이날은 굵은 장대비가 하염없이 쏟아졌다. 악기들은 비를 맞으면 안 되기 때문에 누각에 연주회장을 마련하고 피아노, 바이올린, 하모니카 등의 연주가 펼쳐졌다. 당시 피아노를 연주했던 임미정 PLZ 예술감독(한세대 교수)은 “행사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비가 내려 걱정됐지만 오히려 관객들은 ‘빗소리 속에서 음악을 들으니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PLZ 페스티벌은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 우리나라 최초의 람사르 습지인 인제군 용늪과 내린천, 양구군 펀치볼과 박수근 미술관 등에서 열렸다. 올해는 규모를 확대해 강원도와 인제, 양구, 고성, 화천, 철원군까지 가세했다. 공연 등 다양한 행사도 올해는 30여 개로 늘릴 예정이다.

 PLZ 페스티벌에서 즐길 수 있는 음악은 피아노, 바이올린에서부터 클라리넷, 하모니카 연주까지 다양하다. 성악과 국악, 탱고 오케스트라 연주회도 마련된다. 행사 장소는 미술관, 전망대, 동네 꽃 축제장은 물론이고 작은 마을교회에서도 열린다. 각 지역의 역사와 환경, 꾸미지 않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장소들이다. PLZ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정에 맞춰 공연을 선택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

 PLZ 페스티벌의 모체는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이라는 음악 비정부기구(NGO)이다. 1984년 동아콩쿠르 1위에 입상하기도 했던 임 감독은 줄리아드음악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뉴욕을 중심으로 피아노를 연주했고 2000년대 중반 귀국해 재단을 만들어 활동해왔다. 아프리카에서 음악을 가르쳤고, 평양을 6차례 방문해 모란봉 클래식 전용공연장에서 조선국립교향악단과 협연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의 클래식 음악에 대해 “클래식이 발달한 동유럽과 교류가 많기 때문에 예상외로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임 감독이 올해 행사에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행사는 다음 달 19일 철원읍 수도국지에서 열리는 피아노 성악 현악 4중주다. 수도국지는 일제때 상수도 공급원으로 6·25전쟁 당시 국군의 북진으로 후퇴하던 북한군이 반공인사들을 모아 학살했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임 감독은 “이곳에서 위로와 치유의 음악회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공연장을 직접 찾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위해 PLZ 측은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 행사에 참석하려면 사전 신청자 확인부터 현장 거리 두기, 클린강원패스포트 앱을 이용한 문진표 작성까지 코로나19 대비 수칙을 지키면 된다.


정미경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