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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부러뜨린 몸짱 디섐보 괴력

Posted August. 08, 2020 07:42,   

Updated August. 08, 202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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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번홀(파4)에서 호쾌한 드라이버 티샷 소리와 함께 공은 296야드(약 271m)를 날아갔다.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로 빠진 공을 확인한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는 바닥에 놓인 티를 줍기 위해 드라이브로 땅을 짚은 채 몸을 숙였다. 순간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드라이버 헤드와 샤프트 연결 부분이 부러졌다. 헤드가 빠진 샤프트를 들어 보이며 디섐보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TPC하딩파크(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디섐보는 단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시즌 벌크업에 힘입어 괴력의 장타자로 거듭난 그가 경기 도중 드라이버를 절단 낼 만큼 넘치는 파워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시즌 투어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1위(324.4야드·약 297m)인 디섐보는 간혹 400야드(약 366m) 이상의 티샷을 칠 정도로 압도적인 비거리를 자랑한다. 키 185cm인 디섐보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90kg대에서 110kg까지 약 20kg 불리며 비거리를 늘리는 데 집중해왔다. 이를 위해 아침 식사로 달걀 4개와 베이컨 5장, 토스트를 먹고 6개의 단백질 음료를 마시는 등 하루에 많게는 5000∼6000Cal의 음식을 섭취해가며 체중을 불렸다. 미국미식프로축구(NFL)의 덴버 브롱코스 등과 일한 그의 트레이너 그레그 로스코프조차도 “지난 6개월 동안 그와 같은 운동선수의 변화를 본 적이 없다”며 놀랄 정도다.

 물론 이날 디섐보의 드라이버가 파손된 것이 체중을 버티지 못해서인지 티샷 때문인지 밝혀지진 않았다. 그러나 볼 스피드가 200마일 이상 나올 정도로 강하고 빠른 스윙의 충격이 누적됐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 뒤 디섐보는 “너무 재밌다. 나는 이 드라이버를 (1년 이상) 오래 써왔다. 깨지기 마련이었다”고 말했다.

 골프 규칙은 라운드 중 손상된 클럽을 교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라운드 중 플레이어나 캐디에 의해 부러지거나 심하게 손상된 경우 손상된 클럽을 다른 클럽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로컬룰(모델 G-9)이 적용됐다. 가슴을 쓸어내린 디섐보는 관계자의 도움으로 자신의 차에 있던 드라이버로 잔여 경기를 마쳤다.

 디섐보는 버디 5개, 보기 3개로 2언더파 68타를 쳐 타이거 우즈(미국) 등과 공동 20위를 했다. 제이슨 데이(호주)와 브렌던 토드(미국)가 공동 선두(5언더파)로 나섰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브룩스 켑카(미국)는 4언더파로 마치며 타이틀 방어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김주형은 이븐파를 기록해 강성훈, 로리 매킬로이 등과 공동 48위.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