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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코로나19 위기에서 배운 네 가지 교훈

뉴욕이 코로나19 위기에서 배운 네 가지 교훈

Posted July. 11, 2020 08:05,   

Updated July. 11, 20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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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던 뉴욕시가 위기를 딛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식당이 야외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백화점도 다시 문을 열었다.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00만 명을 넘어 ‘2차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뉴욕시의 최근 상황은 꽤 안정적이다. 뉴욕주에서는 7일(현지 시간) 현재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코로나19 환자가 97명에 그쳤다. 인공호흡기 환자가 100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3월16일 이후 처음이다.

 뉴욕은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당한 뒤에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첫째,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지만, 감염 확산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컸다. 뉴욕 응급의료시설인 시티엠디(CityMD)에 따르면 저소득층 노동자가 많은 퀸스 지역에서 코로나19 항체 형성률이 68.4%가 나왔다. 검사를 받은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코로나19에 걸려 항체가 형성됐다는 뜻이다. 항체 검사가 의심 증상이 있어 의료시설을 방문한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됐기 때문에 실제 주민들의 항체 형성률보다 높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전염병 전문가들이 집단면역의 ‘매직 넘버’로 꼽은 항체 형성률 60%를 넘어선 셈이다. 반면 브루클린에서 백인과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는 코블힐 지역의 병원에서는 항체 양성 반응자가 13%에 그쳤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지난달 26일 현재 뉴욕시에서 31만4000명을 조사한 결과 항체 형성률은 26%로 조사됐다.

 둘째, 감염 확산의 속도가 지역, 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는 만큼 2차 확산을 대비한 맞춤형 대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식당, 식품점, 의료시설, 건설 노동자 등 코로나19 위기에도 출근해야 하는 필수업종 노동자가 많은 지역에서 감염률이 높았다. 필수업종 근로자들이 밖에서 감염된 뒤에 여러 가구가 거주하는 집으로 돌아가 가정 내 ‘슈퍼 전파자’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 2차 위기를 대비해 필수업종 노동자 보호 대책과 취약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1차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던 안전지역이 2차 위기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점이다. 항체 형성률이 얼마나 지속될지, 집단면역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검증이 필요하지만 1차 위기에서 감염자가 적었던 지역은 2차 확산이 시작되면 감염자가 급증할 잠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넷째, 방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공감대다. 사태 초기엔 마스크를 쓴 동양인이 지하철역에서 폭행을 당할 정도로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요즘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상점도 갈 수 없다. 상점마다 ‘No Mask, No, Entrance(마스크 없으면 입장 못 합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렸다. 한적한 공원 산책길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면 서로 멈춰 서서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는 게 상식이 됐다.

 3년간의 뉴욕 특파원 임기를 마치고 9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한국의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을 체험했다. 뉴욕에서 느낄 수 없던 체계적 관리를 경험하며 이래서 ‘K방역’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덕분에 한국의 감염자와 사망자가 적고 코로나19 항체 형성률도 0.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방역엔 성공했지만 2차 감염의 잠재 위험이 큰 나라인 셈이다. 집단면역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한국의 선택은 딱 하나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긴장을 풀지 말고, 다른 나라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맞춤형 대책’을 보완해 혹시 모를 2차 위기에 대비하는 길밖에 없다. K방역의 성공은 우리에겐 기회이자 위기인 ‘양날의 검’이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