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2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탄도미사일 도발에 이어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엔진 실험을 한 것으로 드러나 정찰위성 발사 등 추가 도발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1일(현지 시간)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발사장의 수직엔진시험대(VETS) 주변의 여러 활동은 최근 소형 엔진의 연소시험이 진행됐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달 4일 촬영된 위성 사진을 보면 수직엔진시험대 하단의 배기가수 배출구에서 주황색 잔여물과 연소 흔적이 확인된다는 것.
주황색 잔여물은 엔진 연소시험 시 연료와 질산 또는 사산화질소 등의 산화제에서 나온 것이며 연소 흔적은 엔진 배기가스의 냉각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38노스는 분석했다.
또 지난달 27일과 29일, 이달 4일에 촬영된 위성 사진을 비교해보면 수직엔진시험대 주변의 이동식크레인과 물건이 적재된 트럭, 각종 호스 및 케이블 추정 물품이 담긴 카트 등이 이리저리로 위치를 옮긴 정황도 포착됐다고 한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로 추정된다”며 “연내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은 2023년 11월 첫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를 궤도에 올렸다고 주장한 뒤 3기의 위성을 추가 발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한 차례 발사에 실패한 뒤 발사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군 안팎에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존재감 과시 차원의 무력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5개월여 만에 탄도미사일 발사 재개를 시작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도발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화성-20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 발사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화성-18형’ ICBM은 열병식 공개 후 두 달여 만에 시험 발사에 나선 전례를 볼때 화성-20형도 조만간 시험 발사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등으로 세계적 이목이 쏠린 경주 APEC 전후로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신형 ICBM을 쏠 경우 중국·러시아의 묵인하에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고, 대미 핵협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북한이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