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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知音)[이준식의 한시 한 수]<127>

Posted September. 24, 2021 08:37,   

Updated September. 24, 20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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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시대 고금(古琴) 연주의 명인 백아(伯牙)의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한 이는 종자기(鍾子期)였다. 백아가 고산에 오르려는 심정으로 연주하자 종자기는 ‘훌륭하도다! 우뚝 솟은 태산과 같구나’라 했고, 흐르는 물을 떠올리며 연주했을 땐 ‘호탕하게 흐르는 강물과 같다’고 했다. 서로 마음이 통한 것이다. 지음(知音)이란 말이 이래서 생겨났다. ‘음악을 잘 이해하는 사람’에서 출발한 이 말은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알아주는 사람이란 뜻으로 확장되었다.

 지음을 자처하면서 이백은 고향땅 아미산에서 내려온 스님의 연주에 극진한 찬사를 쏟아낸다. 스님의 악기를 녹기(綠綺)라 명명한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녹기는 한대의 문호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사용했다는 명기이니, 스님의 연주가 범상치 않음을 암시한 것이다. 연주는 ‘뭇 골짜기 휘도는 솔바람 소리’처럼 그 울림이 웅대하면서 또 정갈하다. 하여 객수(客愁)에 잠긴 시인의 마음은 물에 씻기듯 청량해지고, 여운은 때마침 들려오는 산사의 종소리에 은은히 녹아든다. 주변 분위기에 어우러지며 자신을 무아지경으로 몬 연주에 심취했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날은 저물고 잿빛 구름이 자욱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가뭇없이 사라지는 가락 속으로 감미롭고 쓸쓸한 나그네의 하루가 저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