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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말레이가 넘긴 北사업가 구금… 北-美관계 새 뇌관 부상

美, 말레이가 넘긴 北사업가 구금… 北-美관계 새 뇌관 부상

Posted March. 23, 2021 07:56,   

Updated March. 23, 202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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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인도된 북한 국적의 사업가 문철명 씨(56)를 구금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문 씨의 미국 내 신병 처리는 향후 북-미 관계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불법 자금세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문 씨는 최근 말레이시아 대법원의 인도 결정에 따라 미국으로 넘겨진 뒤 20일 FBI에 의해 구금됐다. 문 씨는 북한 국적자가 재판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송환된 첫 사례다.

 문 씨의 변호사에 따르면 문 씨는 미국 내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고, 말레이시아 정부의 인도 결정이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와 관련한 언론의 질의에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말레이시아에서 10년가량 거주해온 문 씨는 술과 시계 등 유엔의 대북제재가 금지하고 있는 사치품을 싱가포르 회사를 통해 북한으로 보냈고 유령회사를 통해 돈세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워싱턴 연방법원은 불법 자금세탁 혐의로 2019년 5월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FBI는 말레이시아 정부에 문 씨의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이후 문 씨는 현지에서 체포됐으나 미국으로 인도되는 것을 거부하며 2년 가까이 법정 공방을 벌였다.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이달 초 최종적으로 인도 결정을 내렸다.

 북한은 미국 내 문 씨의 구금과 재판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일 문 씨를 미국에 인도했다는 이유로 말레이시아 정부와의 단교를 선언했고 미국을 향해서는 “배후조종자, 주범인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 주재 대사관에 근무 중이던 북한 외교관과 가족 30여 명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48시간 이내 떠나라”며 단교 조치에 응수하자 이틀 만에 전원 철수했다.

 이런 북한의 격한 반응으로 볼 때 문 씨에 대한 재판 과정과 판결은 앞으로 북-미 간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문 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대북제재 위반 관련이고 북한 국적자가 동남아에서 미국 본토로 인도된 이번 사례가 앞으로 유사 사건에도 줄줄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