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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곡 없이도 꾸준히… 월 수백만원 버는 ‘인디 중산층’ 뜬다

히트곡 없이도 꾸준히… 월 수백만원 버는 ‘인디 중산층’ 뜬다

Posted February. 24, 2021 07:40,   

Updated February. 24, 202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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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 이후 지금껏 대중가수는 ‘국민 히트곡’이 없다면 단명하는 게 공식이었습니다. 한두 개의 히트 곡만 반복하며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죠. 이젠 아닙니다. 신작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전업 음악가가 늘고 있습니다.” 인디 음악 유통사 포크라노스의 김호준 총괄부장의 말이다.

 국내 음악계에 ‘인디 중산층’이 부상하고 있다. 인디 중산층이란 대개 디지털 음원 판매 수익으로 월 200만 원 이상을 버는 이들을 가리킨다. 저작권료까지 합치면 월 300만 원 이상, 많게는 1000만 원까지 벌어들이는 경우도 있다. 그간 가요계에선 보기 힘들었던, 음원 시장의 ‘알파 세대’다.

 중산층이라는 명칭이 중견의 경력이나 중간 정도의 인지도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듀오 ‘나이트오프’, 그룹 ‘위아더나잇’ 등 적잖은 팬덤을 지닌 팀도 있지만 결, 이강승, 지미 브라운처럼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음악 팬들에게조차 낯선 이도 다수다. 김 총괄부장은 “유명하진 않지만 좋은 음악으로 소리 소문 없이 적잖은 수익을 거두는 이들이 근년에 폭증했다”고 했다.

 인디 중산층이 늘어난 데는 음악 감상 형태의 변화가 주효했다. 근 2, 3년 새 국내 음원 소비는 인기 차트 중심주의를 빠르게 탈피했다. 두세 시간짜리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라디오처럼 틀어두고 듣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잔잔한 카페 음악’ ‘감성 저격 인디 음악’ 등의 재생 목록이 인기를 얻고, 그 수익 정산 시스템도 투명해졌다. 분위기 좋고 잔잔한 곡 서너 개가 수만∼수십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되면 꾸준히 음원 수익이 정산돼 통장에 들어온다.

 제작비가 적은 인디 음악의 특성도 유리하다. 아이돌 가수의 음반 제작비가 장당 수억 원에 달한다면 인디 음악은 곡당 많아야 200만 원 이하인 경우가 다수.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쉽다. 인디 중산층은 TV나 라디오 출연에 목을 매지 않는다. 소속사가 없는 대신에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신곡을 홍보하고 이따금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하는 식으로 활동한다. 이런 DIY형 음악가의 경우 15% 안팎의 음원 유통 수수료를 떼어준 뒤 남은 대부분의 수익을 자기 주머니로 넣을 수 있다.

 인디 중산층은 앞으로 더 두꺼워질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의 가입자를 지닌 전통적 음원 플랫폼도 일제히 플레이리스트 기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별 맞춤 추천과 플레이리스트 기능으로 음원 시장을 선도한 글로벌 기업 스포티파이도 최근 한국에 진출했다. 스포티파이는 22일(현지 시간) 연 글로벌 온라인 행사 ‘스트림 온’에서 아티스트의 자가 홍보·수익화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셀프 홍보·마케팅 툴인 ‘마키(Marquee)’를 비롯한 아티스트 편의 서비스들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우효, 유라 등이 속한 인디 제작사 문화인의 최원민 대표는 “능력과 매력을 가진 음악가가 운이나 기회의 문제로 포기하지 않고 자기 음악을 계속 지켜 나갈 가능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