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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텍사스 긴급 난방센터마저 ‘OFF’… 병원선 눈녹여 변기 물로

美텍사스 긴급 난방센터마저 ‘OFF’… 병원선 눈녹여 변기 물로

Posted February. 19, 2021 07:29,   

Updated February. 19, 20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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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폭풍으로 인한 한파와 눈이 지난주부터 미국 전역을 덮친 가운데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겹친 남부 텍사스주에서 주민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 와중에 텍사스주 서부의 한 작은 도시 시장은 16일 ‘강한 자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막말’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분노를 샀다.

 텍사스주 서부 콜로라도시티의 팀 보이드 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 카운티, 전력 공급자들은 여러분(주민)에게 빚진 게 하나도 없다. 망할 지원금만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신물이 난다”며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약한 자는 망할 것”이라고 적었다. 텍사스주는 최근 30여 년 만에 기온이 영하 20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닥친 데다 일부 발전 시설까지 가동이 중단돼 한때 430만 가구가 정전됐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자 보이드 시장은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다’면서도 자신은 16일부로 사임했다고 밝혀 공분을 일으켰다.

 한파 속에서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NBC방송에 따르면 17일 텍사스 주민 300만 명 이상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오스틴에 사는 조지 헨드릭스 씨(65)는 “이틀 동안 전기가 끊겨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낸다”며 “현실이 ‘나쁜 영화’ 같다”고 했다. 텍사스 타런트 카운티의 티머시 윌시 부부와 7세 아들은 사흘 동안 전기가 끊겨 냉방에서 촛불로 간신히 손을 녹이고 있다고 CNN에 밝혔다. 조리도 할 수 없어 일가족은 육포와 과자, 물로 허기를 달랬다. 텍사스주 어빙에 거주하는 킴벌리 햄프턴 씨는 “아이들은 옷을 세 벌 껴입었고 가족이 부둥켜안고 체온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동사(凍死)를 막기 위해 곳곳에 문을 열었던 긴급 난방 센터마저 전력이 끊기며 기능을 잃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샌안토니오에서는 구급차들이 폭증하는 출동 요청을 감당하지 못했다. 해안가에서는 추위에 약한 바다거북 수천 마리가 한파에 기절한 채 발견돼 시민들이 구조하기도 했다.

 여러 도시에서는 수도마저 끊겼다. 정전으로 정수장 가동이 중단되고 주 전역에서 수도관이 동파하자 주 정부는 샌안토니오와 휴스턴 등의 주민에게 물을 구해 끓여 마시라고 고지했다. 요양원과 대학교 건물에서는 눈을 녹여 화장실 용변기에 물을 댔다.

 주민들이 호텔로 몰리면서 호텔 숙박비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한 호텔 예약 사이트에는 댈러스 지역 호텔 예약 가격이 1박에 900달러(약 100만 원), 사우스오스틴 지역에서는 999달러(약 110만 원)까지 올랐다.

 NYT는 이번 한파로 인한 사망자가 텍사스 등 8개 주에서 최소 31명에 이른다고 17일 전했다. 미국 국립 기상청은 이번 주에도 미국 남부에 눈이 내리고 매서운 찬 공기가 유입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