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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與세력에 유리하게 짜인 법관 인사, 이런 우연도 있나

親與세력에 유리하게 짜인 법관 인사, 이런 우연도 있나

Posted February. 10, 2021 07:31,   

Updated February. 10, 202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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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이 최근 실시한 법관 인사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주요 사건이 집중돼 있는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한 재판부에서는 2년, 총 기간은 3년까지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사건 등 민감한 재판을 맡은 일부 법관이 근무기한을 넘겼는데도 유임되면서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판사가 특정 법원이나 재판부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이 법률이나 규칙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무기한을 관례로 확립해 불문율로 삼고 있는 것은 순환 인사를 원활하게 하고, 인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더 나아가 재판의 독립성 보장과도 관련이 깊다. 법관이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기 위해서는 원칙에 따른 인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투명한 인사절차와 재판중심의 인사제도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도 결국은 좋은 재판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담당 재판부는 모두 유임돼 재판장은 6년째, 배석 판사 2명은 각각 4년, 5년째 근무하게 됐다. 조 전 장관 사건 담당 재판장도 유임돼 4년째 근무하게 됐다. 반면 서울고법 형사부의 재판장은 통상 2년이 근무기한이지만 김경수 경남지사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재판장은 1년 만에 교체됐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 일각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 관련 거짓말 사태보다 이번 인사가 사법부에 미치는 파장이 더 심각하다는 시각도 있다. “인사 농단”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그만큼 판사들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다. 조직사회에서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인사가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법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사의 원칙이 무너지면 판사들이 인사권자의 눈치를 살피느라 소신대로 판결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인사의 공정성이 의심을 받으면 판결의 공정성도 의심을 받게 된다. 대법원은 원칙에 예외를 둔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잘못된 인사라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