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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공급부족 고백, 갈 길 먼 ‘25번째 부동산대책’

뒤늦은 공급부족 고백, 갈 길 먼 ‘25번째 부동산대책’

Posted February. 05, 2021 07:49,   

Updated February. 05, 202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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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어제 전국적으로 83만6000채의 집을 지어 2025년까지 공급하는 내용의 ‘2·4 주택공급 대책’을 내놨다. 현 정부 들어 나온 25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예고한 “시장 예상을 뛰어 넘는 특단의 공급대책”에 맞추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서울 강남 재건축 완화와 그린벨트 해제만 빼놓고 가용한 공급대책은 다 끌어 모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서울에 공공주도 재개발·재건축 방식으로 9만3000채, 역세권 고밀 개발로 7만8000채 등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4년간 서울에 짓겠다는 32만3000채는 현재 강남 3구에 있는 전체 아파트 규모와 맞먹는다. “주택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정부로서는 ‘대전환’인 셈이다. 집권 5년차 정부가 내놓은 중장기 대책이 얼마나 추진력을 받을 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조합원 3분의 2만 동의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재건축·재개발 시행자로 나서 통상 13년 걸리는 정비사업을 5년 안에 끝내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 주도를 받아들이면 용적률을 상향조정하고 재건축조합원 2년 거주의무와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도 면제해 수익성을 높여준다고 한다. 주민들 간의 의견차이, 사업성 부족으로 정체됐던 일부 지역 재개발은 속도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동의를 받지 못한 조합원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재산을 강제로 수용당한다고 느끼는 이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역세권·준공업지·저층주거지를 고밀 개발하는 것도 복잡하게 얽힌 권리관계를 공공이 푸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민간 소유의 땅을 제 때 확보하지 못하면 약속한 주택공급이 계획보다 훨씬 늦어지거나 무산되는 일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물량 면에서 이번 대책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장 들어가 살 전셋집이 부족해 고통 받고 있는 세입자들을 위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다주택자들이 가지고 있는 물량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할 수 있는 거래세 완화방안을 마련해서 당장 극심한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시장의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


박중현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