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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현상 유지’ 빠진 SCM, 동맹 갈등 전면부상 우려된다

‘주한미군 현상 유지’ 빠진 SCM, 동맹 갈등 전면부상 우려된다

Posted October. 16, 2020 07:45,   

Updated October. 16, 202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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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어제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그 부담이 미국 납세자에게 불공평하게 떨어져선 안 된다. 미군의 안정된 주둔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빨리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감축을 연계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SCM 공동성명에는 예년과 달리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도 빠졌다.

 올해 SCM에선 한미 간 동맹 현안을 둘러싼 이견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우리 국방부는 이번 회의에서 주한미군 규모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강조하지만, 미국은 분담금 인상을 위한 압박수단으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들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적지 않다.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 수준 유지’ 문구는 사라졌고, 대신 “현재의 (분담금)협정 공백이 동맹의 준비태세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주목한다”는 대목이 포함됐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한 이견도 두드러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하자”고 했지만, 에스퍼 장관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공동성명에는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고 적시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특정 시한을 정하는 것은 양국 병력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도 했다. 전작권 조기 전환을 바라는 우리 정부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분담금과 전작권을 둘러싼 이견이 결국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문제로 이어질 것임은 예견된 일이다. 안정적 주둔과 훈련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터에 한국군에 전작권까지 넘겨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 속에는 주한미군과 분담금, 거기에 북핵 협상까지 한 셈법으로 엮여있다.

 지금은 미국 대선이 불과 20일도 남지 않은 민감한 시기다. 당장 분담금 합의가 이뤄진다거나 하는 해법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연말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 속에 동맹 갈등이 전면에 부상하는 일이 없도록 한미 간 이견 조율에 우리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 동맹 현안은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최우선에 둬야 할 상시적 과제임을 잊어선 안 된다.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