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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왜 거기서 나와” 현직 장관까지 동원 논란

“폼페이오, 왜 거기서 나와” 현직 장관까지 동원 논란

Posted August. 25, 2020 07:25,   

Updated August. 25, 202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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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집권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24일 개막된 가운데 연사(演士)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트럼프 재선 캠프가 공개한 연사 명단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장관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야당 민주당과 주요 언론은 “특정 정당의 정치 행사에 현직 장관을 동원한 것은 전례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운영과 선거의 경계를 흐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카슨 장관은 각각 25일과 27일에 찬조 연설자로 나서 대통령 지지를 호소한다. 특히 23∼28일 이스라엘, 바레인, 수단을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현지에서 화상 연설을 하기로 해 공무 수행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AFP통신은 미 외교사령탑인 국무장관이 해외 출장 중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흑인 유권자를 고려해 최초의 흑인 합참의장 출신인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의 전당대회 연설을 고민했다가 반발을 우려해 포기한 전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27일 대선후보 수락연설 장소를 백악관 잔디밭으로 골라 공직 수행 장소를 선거운동 무대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족이 총출동하는 것도 다른 전당대회와 다르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백악관 선임 고문인 장녀 이방카는 물론이고 공식 직함이 없는 차남 에릭과 며느리 라라, 차녀 티퍼니,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애인 킴벌리 길포일까지 연사로 등장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마저 “전당대회 주요 연사의 절반이 대통령 가족”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4년 전 대선은 물론이고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에도 동행해 “현대판 왕족처럼 행세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5일 연설자로 나서는 멜라니아 여사가 최근 백악관 내 장미정원을 재단장한 것도 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연설자들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6월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눴던 백인 변호사 마크 매클로스키 부부, 낙태 반대 운동가 애비 존슨 등이 대표적이다. 매클로스키 부부는 당시 시위대가 사유지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총으로 위협했고 불법 총기 사용 혐의로 기소됐다.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핵심 지지층인 백인 보수 유권자를 사로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TV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진행 경험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당대회 준비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행사 기획자들이 세부 사항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대통령의 깐깐함과 다양한 요구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당대회의 총괄 대표는 한국계 미국인 마샤 리 켈리 씨(50)가 맡는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취임식과 뉴욕시 밀레니엄 행사 등을 지휘한 행사 전문가로 멜라니아 여사의 선임 고문도 맡고 있다. 2019년 4월 아시아계 최초로 주요 정당의 전당대회 책임자로 낙점됐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