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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증세’가 부른 보유세 폭탄...무너지는 징세 원칙

‘편법증세’가 부른 보유세 폭탄...무너지는 징세 원칙

Posted July. 22, 2020 07:47,   

Updated July. 22, 202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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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여섯 집 중 한 집은 작년보다 30% 오른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들고 황당해하고 있다. 법이 바뀌어 세율이 높아진 것도, 집을 팔아 이득을 낸 것도 아닌데 서울에서만 58만 가구가 공시가격 9억 원을 넘겼다는 이유로 상한을 꽉 채워 오른 수백만 원의 재산세를 내야 한다. 집 한 채 외에 별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 사이에선 보유세를 내기위해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건 집값이 오른 것보다 공시가격을 더 빨리, 많이 끌어올린 탓이다.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며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그리고ㅗ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이 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서울의 경우 3년 연속 10%이상 올려 시세 9억 원 이상 아파트 공시가격이 시세의 75∼80%로 높아졌다. 일부 강남지역 아파트는 시세 대비 현실화율이 90%에 육박했다.

 9월에 나머지 절반의 재산세를 내고, 12월에 내야할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까지 받아들면 세금 불만은 더 커질 것이다. 이달 국회 통과가 예정된 1주택자 종부세율 0.1∼0.3%포인트 인상 법안은 그나마 내년부터 적용되지만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올해 14.7% 올랐고, 종부세 계산에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2022년 100%를 목표로 작년보다 5%포인트 높아져 보유세 부담 급증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포털사이트에선 ‘못 살겠다 세금폭탄’ 등을 키워드로 징벌적 부동산 과세에 반대하는 ‘실검 챌린지’가 연일 이어지고 서울 도심에서 집회가 열리는 등 조세불만을 표출하는 국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회 입법 없이 행정부가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끌어올리는 ‘편법’으로 세금을 늘린 것이 ‘세금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상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담 되면 집을 팔라’는 식으로 집 한 채 뿐인 이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보유세를 물리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징세의 기본원칙들이 이렇게 흔들리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세금부담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법안들을 이달 안에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