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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렌더 모디’의 진짜 과제는 경제

Posted July. 08, 2020 07:57,   

Updated July. 08, 202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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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미국인들의 자존심이 잔뜩 상했다는 얘기를 현지에서 부쩍 자주 듣는다. 실제로 미국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의료제도나 소득 분배, 인종 문제 같은 현안에서 곱지 않은 민낯을 드러냈다. 해외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전보다 많이 나빠졌다. 최근 유럽인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됐다는 답변은 59%나 됐지만, 개선됐다는 응답은 9%에 그쳤다.

 미국의 자부심에 상처가 난 곳으로는 경제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단적인 예가 일자리다. 유럽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실업률이 7%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반해, 미국은 3%까지 낮아졌던 실업률이 한때 14% 이상으로 폭등했고 아직도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 수천만 명은 대부분 서민·저소득층이어서 가뜩이나 심각한 빈부격차도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국민에게 한국보다 훨씬 많은 재난지원금을 나눠 줬고 중앙은행이 돈을 살포하다시피 하는데도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는 데 무척 버거워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미국과 유럽의 위기 대응 방식이 애초에 달랐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고 설명한다. 기업들에 해고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은 실업자 발생을 사전에 막기보다 이들을 사후 구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한꺼번에 쏟아지는 수많은 실업자를 기존의 행정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해 지금도 두세 달이 지나도록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무차별로 뿌려대는 현금도 정작 필요한 사람보다 엉뚱한 곳으로 흐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반면 유럽은 촘촘하고 강력한 복지제도를 활용해 근로자의 실직을 최대한 차단하는 방법을 썼다. 이 중 미국인들이 특히 부러워하는 게 독일의 쿠르츠아르바이트(kurzarbeit)라는 제도다. 기업이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은 채 근로시간만 단축하면 정부가 급여 삭감분을 메워주는 정책이다. 이처럼 정부가 위기 상황에도 근로자 뒤를 든든히 받쳐준 결과 유럽은 가혹했던 봉쇄 기간을 지나면서도 시민들의 큰 저항 없이 잘 버텨낼 수 있었다.

 사실 미국은 유연한 노동시장과 자유로운 기업환경을 토대로 그간 어떤 경제위기도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는 저력을 발휘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유럽은 재정위기로 불길이 번지면서 경제가 수년 동안 마비 상태를 지속한 반면 미국은 애플, 구글 등 ‘빅테크’를 앞세워 산업 혁신을 주도하며 글로벌 경제를 수렁에서 끌어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상황이 예전과 다르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자국 내에서 쏟아진다. 미국의 자랑이었던 자유와 창의의 경제 모델이 지금 같은 이례적인 상황에선 오히려 독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유럽 모델도 결국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가 되면 망할 기업은 빠르게 도태시키고 새로운 혁신을 잉태하는 데 능한 미국의 방식이 다시 빛을 보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유럽이 코로나 대응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어떤 해법이 궁극적으로 옳았는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판가름이 날 것 같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