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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도시의 숨통을 틔운다

Posted July. 04, 2020 07:40,   

Updated July. 04, 202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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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은 잠시 우리 뇌리에서 벗어나 있지만 공기 질 개선에 대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중 우리가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야 할 것이 도시 숲 건설에 관한 일이다.

 전국적으로 도시 숲 조성 소식이 발표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법도 속속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도시 숲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도시 숲은 미세먼지를 저감할 뿐 아니라 여름 한낮의 평균기온을 3∼7도 낮춰 도심 열섬 현상을 줄일 수 있고 소음 저감이나 대기 정화에도 효과가 있다.  인구의 90%가 도시에 살지만 정작 도시엔 숲이 부족한 국내 사정도 도시 숲 건설의 필요성을 더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인당 도시 숲 권고 기준은 9.0m²이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집중된 서울은 4.38m², 경기 7.69m², 인천 8.23m² 등으로 수도권은 1인당 도시 숲 권고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상황이다. 기초자치단체 중 최하위인 서울 서대문구의 경우에는 무려 0.86m²에 불과하다. 뉴욕 23m², 런던 27m², 파리 13m² 등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도시 숲 확충의 필요성은 더욱 도드라진다.

 하지만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도시에 숲을 늘린다는 것은 도시의 비싼 땅값과 한정된 공간의 벽에 부딪힌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년간 쌓은 기상 데이터와 공기 데이터를 활용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독일의 대표적 공업 도시인 슈투트가르트의 사례는 우리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시 숲 건설과 관리에 접근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슈투트가르트는 도시 내에 길이 8km, 면적 100ha의 도시 숲을 조성했고 여기서 발생된 바람길 효과로 도시 전체의 미세먼지를 30% 이상 감축했다. 전문가들은 슈투트가르트와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도시별 기후와 지형, 바람길, 수목 생태 현황까지 고려한 다차원적인 계획이 세워져야 하며, 다양한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행히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과 함께 온도, 습도, 공기 등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데이터를 대부분 실시간 측정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도시 숲 건설은 물론이고 도시 숲 관리에도 최적의 환경을 제시할 수 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물 생장의 최적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어렵게 만든 도시 숲이 효과와 효율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보석 같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또한 도시 숲 건설과 관리를 위해 쌓은 데이터는 도시 숲뿐만 아니라 스마트 시티의 기본 데이터로도 활용할 수 있고, 이는 도시 전체에 산재한 크고 작은 도시 숲과 산지, 하천을 아우르는 도시의 숨길, 즉 ‘그린 네트워크’로 발전될 수 있다.

 그린 네트워크는 숲이 크고 울창해야 한다는 기존 상식을 깨고 도시 그 자체로서 살아 숨쉬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과 비용의 효율적 관리가 필요한 미래 도시에는 필수적인 길이 될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그린 네트워크가 도시 내에서 또 하나의 생태계로 자리 잡아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공존 모델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