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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장서 찍은 사진, 역사가 될줄이야”

“6•25 전장서 찍은 사진, 역사가 될줄이야”

Posted June. 24, 2020 07:40,   

Updated June. 24, 202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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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콜롬비아의 6·25전쟁 참전용사인 힐베르토 디아스 벨라스코 씨(87·사진)가 70여 년 전 단돈 5달러(약 6000원)를 주고 산 코닥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처음 공개된다.

 벨라스코 씨는 1952년 4월 19세 나이로 콜롬비아 유엔 다국적군에 자원해 1953년 8월까지 14개월간 한국에 머물렀다. 당시 직접 찍은 필름 사진 약 400장을 소중히 보관해 왔고 이번에 152장을 공개한다. 26일부터 6개월간 전쟁기념관 웹사이트에서 그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주한 콜롬비아대사관 주최로 23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회견을 진행한 벨라스코 씨는 수도 보고타 인근의 아들 집에서 태극기를 배경에 놓고 제복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코닥 카메라를 들어 보이며 “한국에 오기 전 일본 도쿄에서 5달러를 주고 샀다. 아직도 사진이 잘 찍힌다”며 “취미로 찍은 사진이 역사가 될 줄 몰랐다”고 미소를 지었다. 콜롬비아는 남미에서 유일하게 6·25전쟁에 참전한 나라다.

 당시 그는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배를 타고 파나마해협, 미국 하와이,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 등을 거쳐 한국에 왔다. 도착한 후 한국의 자연, 특히 산악지대 풍경에 매료됐다. 벨라스코 씨는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트럭을 타고 있는 두 전우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산이 많은 한국의 풍경이 콜롬비아와 매우 비슷했다”고 했다. 다만 너무 오래전이라 이곳의 정확한 지명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매서운 겨울이 견디기 힘들었다며 “눈이 거의 없는 남미에서 왔는데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던 추위였다”고 토로했다. 화창한 꽃이 핀 들판에서 활짝 웃고 있는 세 전우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진을 찍었을 때는 날씨가 정말 따뜻했다”고도 했다.

 전쟁통에 어떻게 필름을 구하고 인화까지 했을까. 그는 일본을 오가는 유엔군 인력을 통해 필름을 얻었고 사진을 찍은 후 하와이로 가는 동료에게 인화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필름이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까지 건너갔고, 인화 후에는 선박 우편으로 자신에게 돌아왔다고 했다. 벨라스코 씨는 “아직도 그 봉투를 가지고 있다”며 우편 도장이 선명한 봉투를 흔들어 보였다.

  그는 어느 날 밤 폭격 등으로 동료를 한꺼번에 잃었다며 “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말 그대로 시체 위를 걸어 다녀야 했다. 당시 가장 친했던 친구가 죽었는데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아직도 그를 찾지 못한 회한이 크다고 토로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