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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 연패 타이’ 불명예 속에서도 빛난 한화 이용규

‘최다 연패 타이’ 불명예 속에서도 빛난 한화 이용규

Posted June. 16, 2020 07:48,   

Updated June. 16, 20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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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보다는 경기로 보여드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한화 이용규(35)는 통화 내내 이 말을 반복했다. 길고도 길었던 연패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보다는 100경기도 넘게 남은 시즌에 대한 고민이 더 큰 듯했다. 이용규는 15일 전화인터뷰에서 “연패 기간 동안 선수들 각자가 많은 부분을 느꼈을 거다. 나 또한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최다 연패 타이’(18연패)라는 불명예를 쓴 한화가 14일 길었던 연패에서 탈출하게 된 데에는 주장 이용규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용규는 9회말 선두 타자로 볼넷을 골라 출루해 결승득점을 기록했다. 앞서 7회말에는 투수의 몸쪽 공을 피하지 않고 종아리에 맞으며 1루로 걸어 나갔다.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플레이였다.

 그라운드 위에서만 주장 이용규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팀의 공격 때에는 더그아웃 입구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목소리 높여 동료들을 격려한다. 시즌 초반에는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 일관성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총대를 메기도 했다. 지난해 트레이드 요청 논란으로 무기한 참가 활동 정지 징계를 받았다가 복귀하면서 더욱 팀에 헌신적인 선수가 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14일 연패를 끊는 끝내기 안타를 친 노태형(25)과 시즌 전 함께 훈련하면서 숙식비용을 제공하는 등 후배들도 각별히 챙기고 있다. 이날 3루 베이스 위에서 노태형의 타석을 본 이용규는 “후배에게 부담을 떠넘긴 것 같아 미안했다. 생각대로 태형이가 직접 경기를 끝내줘서 고마웠다. 정말 멋졌다”고 말했다.

 말 못할 스트레스도 많았다. KIA 소속이던 2010년 16연패에 이어 다시 한 번 긴 연패를 경험한 이용규는 “그때는 어렸었고 선배들도 많아서 그저 그라운드 위에서 내 플레이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참이 되니까 확실히 상황이 달랐다. 의기소침해 있는 후배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싶어도 그 말 한마디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힘들었다. 최대한 경기 전엔 말을 아꼈다”고 말했다. 베테랑인 김태균(38) 정우람(35)과도 말보다는 그라운드 위에서 악착같은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자극이 되자고 뜻을 모았다고 한다. 후배들에게 고기를 사 먹이거나 용품을 선물하며 격려하던 김태균은 13일 서스펜디드 선언이 되기 전 두산을 상대로 시즌 첫 홈런을 때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용규는 “오늘 져도 내일 또 경기를 해야 하는 게 프로야구 선수의 삶”이라며 “선수들이 연패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게 된 것이 위안”이라고 했다. 연패 과정에서 2군으로 내려간 동료들도 잊지 않았다. 이용규는 “경기 끝나고 많은 연락을 받았다. (1군으로) 와서 함께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누구보다 팬을 향한 미안함을 거듭 밝혔다. 구단 또한 14일 경기 뒤 “연패와 무기력한 경기로 허탈감과 큰 실망을 안겨 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이용규는 “팀이 잘하나 못하나 늘 같은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에게 무엇보다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하고 싶다. 연패를 끊었지만 그동안 보여 드리지 못한 게 너무 많다. 프로다운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