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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군기는 무너지고 ‘눈치 논란’만 거듭되니 국민이 불안하다

軍, 군기는 무너지고 ‘눈치 논란’만 거듭되니 국민이 불안하다

Posted May. 19, 2020 07:49,   

Updated May. 19, 202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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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이 오늘로 예정됐던 해상 사격훈련을 날씨를 이유로 연기했다. 북한의 동해안 무력도발을 가정한 이번 육해공 합동 사격훈련은 비공개로 추진됐지만 기상 악화 탓에 내달로 미뤘다고 군은 밝혔다. 이를 두고 ‘북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언론의 지적이 나오자 국방부는 어제 “군의 정상적 의사결정을 마치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처럼 왜곡·과장했다”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이번 훈련 연기가 기상 여건을 감안한 정상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게 맞을 것이라 믿는다. 그럼에도 왜 그런 해석이 나오는지, 최근 정부의 대북 관계개선 드라이브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군의 훈련이 도마에 오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재작년 남북, 북-미관계가 급진전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훈련이 사실상 폐지 또는 축소돼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이번 훈련 연기가 최근 해·공군의 서해 합동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국방일보가 서해 훈련을 보도한 직후 북한이 공식 반발하자 군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열었다. 청와대는 군을 질책한 사실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예정에 없던 회의 소집 자체가 군에겐 적지 않은 압박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그러니 그 직후 동해안 훈련 연기 결정이 갑작스레 내려진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훈련은 육해공군이 포병전력과 공격헬기, 전투함, 전투기를 동원해 해상 목표물을 실사격하는 훈련으로 원래 강원 고성에서 하던 것이지만 경북 울진으로 바뀌었다. 북한이 반발한 서해 훈련과 마찬가지로 9·19 군사합의에 전혀 저촉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훈련 자체를 쉬쉬했다.

 각종 훈련의 취소로 우리 군은 기본적인 대비태세마저 약화될 대로 약화돼 ‘싸우는 군대’로서 기능을 상실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주 전방사단에서 박격포 사격훈련 중 포탄이 탄착지에서 1km 이상 벗어나 떨어지는 오발사고가 일어났다. 북한군 총격 당시 우리 군의 K-6 중기관총이 고장 나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것도 불과 며칠 전이다. 최근 각종 군기문란 사고가 끊이지 않은 것도 관리에만 급급한 우리 군의 현실 때문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