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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뚫고 세계 최초 재개된 KLPGA챔피언십 1R

코로나 뚫고 세계 최초 재개된 KLPGA챔피언십 1R

Posted May. 15, 2020 07:41,   

Updated May. 15, 202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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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대세’ 최혜진(21)이 7번홀(파5)에서 약 5m짜리 이글 퍼팅을 성공시켰다. 평소라면 숨죽이고 지켜보던 팬들의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겠지만 이날은 “나이스”라는 캐디의 짧은 외침만 그린에 울려 퍼졌다.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는 최혜진과 캐디는 하이파이브 대신 서로 팔꿈치를 부딪치며 신체 접촉을 최소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세계 주요 골프투어가 중단된 가운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14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CC(파72)에서 개막한 KLPGA 챔피언십을 통해 세계 정규 투어 최초로 재개를 알렸다. 

 KLPGA투어는 선수별 상징 색에 따라 단체로 옷을 맞춰 입은 팬클럽의 뜨거운 응원 열기(지난 시즌 대회당 평균 관중 1만4000명)로 세계적 주목을 받아 왔지만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배선우(26)는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로만 5언더파를 쳐 김자영(29)과 공동 선두로 마친 뒤 “갤러리의 박수 소리를 듣고 공이 그린 위에 올라갔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한다. 오늘은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어색했다”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김효주(25)는 “버디를 해도 주위가 조용해서 연습 라운드 같았다. ‘셀프 박수’를 치기도 했다”고 평소와 달랐던 분위기를 전달했다. 낯선 풍경 속에서도 선수들은 대회에 다시 참가할 수 있게 된 현실 자체가 행복하다고 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중단 속에 국내로 돌아와 자가 격리를 마치고 대회에 참가한 배선우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 끝나니 숨통이 트인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선수와 캐디들은 발열 검사 등 엄격한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지키면서 경기를 치렀다. ‘워크스루 살균소독기’를 통과한 뒤 골프장에 들어선 선수들은 연습장과 라커룸 등에서 선수 간 2m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코스 곳곳에 소독제가 비치됐고, 깃대와 고무래에는 항균 필름이 부착됐다. 선수의 경우 경기 중에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만 일부는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치러 눈길을 끌었다. 조정민(26)은 “평소 연습을 할 때도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익숙하다. 날씨가 쌀쌀한 아침(오전 8시 10분)에 티오프했는데 마스크 덕분에 보온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KLPGA 챔피언십에는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외신 기자 16명을 포함해 국내외 취재진 117명이 대회 현장을 찾았고, 호주 폭스스포츠, 일본 스카이A 등 8개국에서 대회를 생중계했다. LPGA투어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개막한 이번 대회의 진행 과정과 예방 수칙 등은 7월 중순 재개되는 LPGA투어에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파 선두 주자 최혜진과 지난해 KLPGA투어 신인왕 조아연은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기대를 모았던 LPGA투어 간판 스타들은 다소 부진했다.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박성현(세계 3위)과 김세영(6위), 이정은(10위)은 모두 첫날 10위 밖으로 밀렸다. 2오버파로 경기를 마친 김세영은 “그린이 생각보다 빨라서 버디 퍼팅을 놓치면 핀까지 거리가 많이 남는 상황이 발생했다. 코스 적응도를 올려 남은 라운드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