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느닷없는 국민발안제로 개헌 군불 떼는 여, ‘경제 전시상황’ 맞나

느닷없는 국민발안제로 개헌 군불 떼는 여, ‘경제 전시상황’ 맞나

Posted May. 01, 2020 08:09,   

Updated May. 01, 2020 08:10

ENGLISH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국민발안제 개헌안을 5월 9일 이전에 처리하자”고 미래통합당에 제안했다.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끝나자 곧바로 국민발안제 원포인트 개헌안 처리를 들고 나온 것이다. 현재 헌법개정발의는 대통령이나 국회재적의원 과반수로 할 수 있다. 국민발안제는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명의 동의로도 발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뒤숭숭한 3월 의원 148명이 느닷없이 국민발안제 원포인트 개헌안을 발의했다. 당시는 재적의원이 295명에 불과해 148명으로 발의가 성립했다. 민주당이 주도하긴 했지만 통합당의 김무성 정진석 의원 등 22명도 참여했다. 정부는 “개헌안이 발의되면 20일간 공고한다‘는 규정에 따라 3월 10일 국무회의에서 개헌안 공고를 의결했다. 공고된 개헌안은 60일 내에 의결되지 않으면 폐기된다. 5월 9일은 그 시한이다.

 국민발안제는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 헌법개정안이나 법률안을 직접 제안하는 제도로 직접민주주의의 일환이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국민발안제의 적절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국민발안제는 선진국 중에서 미국과 스위스의 일부 중에서만 실시되고 있을 뿐이고 당연히 주(州) 헌법에만 적용된다.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명이라는 숫자는 민노총과 전교조가 조직을 동원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규모로 정치적으로 편향된 개헌안이 쉽게 발의될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국민 대다수가 국민발안제가 느닷없다고 느낄 정도로 공론에 부쳐 논의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20대 국회 의석 분포 상 국민발안제 개헌안이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 국회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이 원내대표가 20대 국회 잔여안건으로 국민발안제를 거론한 것은 통합당 일부 의원들을 흔들어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21대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하기 위한 군불 떼기로 보인다. 국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에 여당 원내대표가 개헌에 관심을 모으며 힘을 분산시키는 꼴이다.

 개헌 논의를 한다 하더라도 우선순위에 있는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개헌이지, 국민발안제 개헌이 아니다. 국민발안제 원포인트 개헌에 국력을 쏟을 여력이 있으면 차라리 그 힘을 통치구조를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에 쏟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개헌 논의 자체에 국력을 쏟을 여력이 없다. 여당발 개헌 주장에 원내대표까지 가세했다. 대통령이 ‘경제 전시(戰時) 상황’이라고 한 말이 여당에게는 딴 나라 사정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