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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무서운 코로나...美사망자, 베트남전 전사자 넘어서

전쟁보다 무서운 코로나...美사망자, 베트남전 전사자 넘어서

Posted April. 30, 2020 08:02,   

Updated April. 30, 20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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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8일(현지 시간) 베트남전 당시 미군 전사자 규모를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경제활동 재개 조치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확진자·사망자 증가세가 크게 꺾이지 않아 ‘전쟁보다 무서운 바이러스’의 위력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 등에 따르면 미국 내 사망자 수는 전날보다 2470명 늘어난 5만9266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는 2월 6일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3월 31일 3000명을 넘어서며 9·11테러 당시 희생자 수(2977명)보다 많아졌고,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6만 명에 근접하고 있다. 확진자 수는 전날 1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이날 103만5765명으로 집계돼 전 세계 감염자 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USA투데이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미국인들이 ‘악몽’으로 여기는 베트남전 당시의 전사자보다도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1955년부터 1975년까지 20년간 이어진 베트남전에서 희생된 미국 장병은 5만8220명이다. 2003∼2011년 이라크전 미군 사망자 4424명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사망자가 13배 이상 많다.

 실제 사망자는 공식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3월 8일∼4월 11일 콜로라도 등 7개 주의 전체 사망자 규모를 집계한 결과 평년보다 50% 이상 늘어났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과소 집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 코로나19 TF(태스크포스)는 여름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8월까지 사망자 수가 7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코로나19는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지 못한다면 ‘나쁜’ 가을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에서는 육류를 비롯한 식재료 부족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방물자법(DPA)을 동원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은 육류 가공시설에 대한 재가동을 명령했다. 미국 내 최소 22개 육류 가공시설이 지난 2개월간 문을 닫으면서 돼지고기 생산의 25%, 쇠고기 생산의 10%가 감소한 상태다. 도축장 등 육가공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판로가 막힌 미국 농민들은 남아도는 가축을 살처분해야 할 처지에 놓이는 등 연쇄적인 파급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모든 나라를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이 검사하는 기록을 세웠다”, “우리 검사는 질도 규모도 최고”, “우리가 정말로 잘해 왔다”는 자화자찬 평가를 쏟아냈다. “다들 한국 이야기를 계속하는데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사이가 좋다. 그는 미국이 얼마나 검사를 잘해 왔는지 이야기해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서 579만5700여 건의 검사가 이뤄졌지만 주지사들은 “아직도 검사장비가 충분하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주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료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조지아주와 테네시주, 텍사스주 등이 지침을 완화해 식당과 헬스장 같은 사업장 문을 열도록 했고, 앨라배마주와 미주리주 등도 속속 동참할 예정이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뉴욕=박용 parky@donga.com